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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지사가 대선을 1년여 앞두고 차기 대권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1위 독주를 이어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지사가 ‘작은 물방울’을 끌어모아 ‘큰 물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안에서 성장에 한계를 보이자 정의당, 국민의힘, 국민의당 등 야권으로 확장해 지지율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지난 19대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고배를 마신 이 지사는 4년여 만에 또다시 기로에 섰다. 현재의 1위 독주 체제를 굳혀 대세론을 이어갈지, 아니면 ‘반짝 선두’에 그칠지다. 결론은 문재인 대통령의 열렬 지지층인 문파(文派)의 지지를 받느냐 여부에 달렸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지사 열풍은 이 대표의 정치 기반인 호남과 윤 총장에 대한 지지가 높은 영남 지역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 지사는 호남에서 39.2%의 지지를 얻어 29.4%의 지지를 받은 이 대표를 크게 앞섰다. 대구·경북에서 22.4%, 부산·울산·경남에서는 22.3%를 얻어 같은 지역에서 각각 19.4%, 21.9%를 얻은 윤 총장도 소폭 앞질렀다.
지난해 말부터 이 대표의 지지율 하락세가 본격화하면서 민주당 내부의 지지가 자연스럽게 이 지사로 향했다. 14일 발표된 갤럽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 이 지사는 43%, 이 대표는 23%의 지지를 각각 얻었다. 이 지사는 정의당 지지층에서 38%,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7%의 지지를 받았다. 민주당뿐 아니라 야권의 지지도 함께 받고 있는 양상이다.
다만 최근에는 친문(친문재인)으로 분류되는 의원들 사이에서 이 지사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조금씩 늘어나는 조짐도 포착된다. 친문으로 분류되는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최근 이 지사가 던지는 의제들이 중앙 정치에서도 화두가 되고 있다”며 “과거에는 이 지사의 행보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런 비호감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친문인 김종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최근 대통령제의 한계를 보완한다며 ‘정당집권론’을 띄우고 있다. 후보 개인의 캠프가 아니라 정당 차원에서 집권해 경선에서 낙오한 후보와 그 진영까지 포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놓고 정치권에서는 “친문을 대표할 주자가 사라지자 이재명 지사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지사는 최근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한 듯 문 대통령과 자신의 정책적 지향점이 같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그는 전날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경기도 기본주택 토론회에서 “핵심은 문재인 대통령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집으로 돈 못 벌게’ 하는 것”이라며 “투기 목적 주택에 대해서는 불로소득 획득이 불가능할 정도의 강도 높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전통 지지층 외에 중도·보수나 비당원의 지지 확장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권리당원의 지지를 확보하기 어려운 이 지사가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해 일반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해야 한다”며 “중도층 지지 확보가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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