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최근 수 개월새 경제 활동 및 고용 회복 속도가 더뎌졌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연초에 일각에서 제기됐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등 출구전략을 논의하기엔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파월은 2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화상으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테이퍼링을 시작하는 건 Fed의 정책 목표에 다가가야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Fed의 정책 목표는 완전 고용에 가까울 정도로 낮은 실업률(3.5% 안팎)과 2.0%의 물가 상승률이다. 작년 12월 기준 미국 실업률은 6.7%였으며, 물가 상승률은 1.4%에 그쳤다.
파월은 “코로나19 백신과 추가 부양책에 대한 기대가 지난 수 개월 간 자산 가격을 급등시킨 동력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은 변화에 반응하지 않고 인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신 보급 속도에 차질이 빚어지거나 부양책이 좌절될 경우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걸 시사한 것으로 분석된다.
FOMC 위원들은 이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0.00~0.25% 상태로 동결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시장 예상대로다. 시장은 적어도 2023년까지는 지금의 초저금리가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Fed가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춘 건 코로나 팬데믹 선언이 나왔던 작년 3월이었다.
Fed는 성명에서 “코로나 전염병의 부정적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분야들이 집중적으로 약해졌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분야가 식당 레저업 등 서비스 업종이다. 특히 작년 12월엔 비농업 일자리 수가 대유행 초기인 4월 이후 처음으로 감소하고, 소매 판매가 석달 연속 줄어드는 등 경기 감소 현상이 두드러졌다.
Fed는 매달 1200억달러에 달하는 자산매입 규모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Fed는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매달 800억달러의 국채와 400억달러의 주택저당증권(MBS)을 매입해 왔다.
Fed는 “미국 경제의 앞날이 바이러스의 진행 경로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뉴욕 증시는 파월 및 Fed의 경기 인식이 부정적이었던데다 추가적인 통화완화 정책도 없었던 데 따른 실망감으로 장 초반의 하락세를 확대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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