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봄 이사철을 앞두고 서울·경기 등 수도권 집값이 폭등하면서 지역 내 원주민들이 밖으로 밀려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중심에서 밀려난 수요자들은 외곽으로, 또 수도권 지역으로 이동하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서울에서 집을 사기 어려운 실수요자들이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서울에서는 비교적 집값이 저렴한 외곽지역에서도 6억원 이하 아파트가 줄고 있다. 6억원 이하 아파트는 대출 규제가 거의 없어 자금력이 적은 실수요자들이 매매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서울 지역에선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 외곽 지역에서 매매 거래량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작년 12월 25개 자치구별 매매 거래량(1월27일 기준)을 보면 금천구(119%, 116→255건), 강북구(47%, 107→158건) 등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외곽에서 가장 저렴한 단지들도 6억원대를 넘어서는 추세다. 강북구 미아동 현대아파트는 지난해 말까지 전용 84㎡가 5억원대 초중반선이었는데 올해 들어 호가가 7억원 중반대에 달하고 있다. 노원구 중계동 신일아파트 전용 84㎡ 역시 5억원대 초중반에서 최근 호가가 7억원까지 뛰었다.
이 단지를 주로 중개하는 노원구 H공인 관계자는 “매물이 적어 거래가 잘되는 편”이라며 “다만 지금 들어오는 매수자들은 현지인이 아닌 외지인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이어 “기존에 살던 지역 주민들은 매매 여력이 안돼 서울 밖으로 대부분 나갔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24번에 달하는 부동산 정책에도 서울의 집값과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경기도로 인구가 이동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인구이동자 중 전입 사유로 '주택' 문제를 꼽은 답변이 38.8%로 가장 많았다. 이동자 773만5000명 가운데 300만5000명이 주택 문제로 이사한 것이다.
자금력이 적은 30~40대 젊은층의 수요가 경기지역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젊은층이나 신혼부부들은 종잣돈과 서울 내 LTV 70%(최대 한도 3억원)까지 대출해주는 보금자리론을 통해 4억~5억원대 아파트를 사려는 경우가 많지만 최근 서울에선 이가 가능한 주택이 거의 없는 실정”이라며 “수도권은 서울보다 규제가 덜하고 교통 호재 등으로 서울 접근성이 높아지고 있어 젊은층이 밀려오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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