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조카인 박철완 금호석화 상무가 "박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아니다"라며 독립을 공식화 했다. 재계에선 양 측간 실질적인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박 상무는 IS동서를 비롯한 우군과 연합해 전선을 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의 조카이자 고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의 아들인 박철완 금호석화 상무는 27일 “기존 대표 보고자(박찬구 회장)와 공동 보유관계를 해소한다”고 공시했다.
현재 금호석화는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6.7%)과 아들 박준경 전무(7.2%), 박 회장의 조카인 박철완 상무(10.0%) 등 박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 24%를 통해 회사 최대주주에 올라 있었다. 다만 개인 최대주주는 박 상무로, 약 5% 가량의 우군을 확보할 경우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일가(박찬구 회장, 박준경 전무, 박주형 금호석유화학 상무(4.3%))의 지분율 합인 14.27%를 넘어서게 된다.
이 때문에 재계에선 박 상무가 우군을 확보해 삼촌인 박찬구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을 본격화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중견 건설사 IS동서가 박 상무 측 우군에 설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권혁운 IS동서 회장의 아들인 권민석 IS동서 대표도 지난해부터 지분을 끌어모아 약 1만주 가량의 금호석화 주식을 보유, 주주로 등재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까지 회사 주식을 보유했던 타임폴리오를 비롯한 펀드들이 분쟁에 합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금호석화 내부에서도 최근 박 상무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최악의 경우 회사가 보유 중인 자사주 18.36%로 백기사를 확보해 지분율 경쟁을 펼칠 경우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현재까지 박 상무 측의 분쟁 의도는 알려지지 않았다. 일각에선 박 회장이 박 상무의 동의 없이 금호석화의 지주사 전환을 추진해 아들·딸로의 승계 작업을 준비하면서, 지분 희석이 불가피한 박 상무와 갈등을 빚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단일 주주로서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는 박철완 상무는 과거에도 '독립'을 꿈꾼 적이 있다. 2019년 아시아나항공 매각전이 시작되었을 때 박 상무는 외부 재무적 투자자(FI)들을 만나며 인수전에 참여할 수 있는지 여부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상무는 산업은행이 중재한 계열분리 과정에서 박찬구 회장 측에 가게 되었는데, 2010년에는 박찬구 회장이 회사를 독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산은에 항의서한을 보낸 일도 있었다.
박 상무가 KCGI 등 FI들을 접촉하고 있는 정황도 발견된다. 이와 관련해 강성부 KCGI 대표는 "IS동서와는 전혀 교류가 없었고, 손잡았다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다만 "아무래도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가 박찬구 회장에게 서운한 것이 많았을 것"이라고 언급해 우호적인 시각을 보였다. 박 상무가 한진칼 경영권을 놓고 다툼을 벌여 본 강 대표로부터 조언을 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작년 말 금호석화 주주명부에는 KCGI 측 지분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앞으로 이 분쟁에 KCGI가 뛰어들 경우에는 전혀 다른 양상이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 KCGI가 참여하지 않더라도, 박 상무 측이 '우군'이 되어줄 또 다른 FI를 섭외하는 길은 열려 있다.
경영권 분쟁이 벌어진다면 양상은 크게 두 가지다. 박 상무 측이 '조카의 난'을 선언하고 본격적으로 '대권'을 노릴 것인가, 아니면 '정당한 몫을 인정해 달라'고 주장하며 2대주주로서의 지위를 향유할 것인가다. 2대주주로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언제든지 가능하다. 작년 말 주주명부를 기준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3월 정기 주주총회부터 박 상무 측이 목소리를 낼 가능성은 열려 있다. 정식으로 주주제안 등을 하지 않더라도 박찬구 회장 측과 물밑협상을 통해 이사회 자리 등을 확보하는 것은 가능하다.
'대권'을 노린다면 3월 정기주총 이후 다시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금호석유화학의 자사주가 18%에 달하기 때문에 표 대결을 벌여서 당장 박 상무 측이 승리를 자신하기는 쉽지 않다. IS동서 등 우호세력을 통해 매집한 지분이 효력을 갖기 위해서는 경영참여 사실을 공시하고 일정 기간 보유해서 주주제안을 할 요건을 갖춰야 한다. 박 상무가 특수관계인에서 분리되기를 선언한 만큼 어느 쪽이든 '조용한 봉합'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차준호 / 이상은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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