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28일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회동하면서 두 공룡 간 '쇼핑동맹' 가능성이 대두됐다. '유통 공룡'인 신세계그룹과 '포털 공룡' 네이버의 수장이 직접 협력 방안을 논의하면서 양측의 제휴 가능성에 재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용진·이해진, 네이버 본사서 대면 회동…"포괄적 대화"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정용진 부회장은 이날 경기도 성남시 분당 네이버 사옥을 방문해 이해진 GIO와 면담을 했다. 이 자리에는 신세계그룹 측에서는 강희석 이마트 대표가 배석하고 네이버 측에서는 한성숙 대표가 참석했다.양 그룹의 수장과 각 계열사 대표이사가 배석한 회동으로 재계에선 양측의 제휴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이번 회동에 대해 "양사가 유통과 온라인 비즈니스를 한다는 공통점이 있는 만큼 시너지가 날 분야가 있는지 등에 대해 포괄적인 대화를 하는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현재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논의가 진행된 사안은 없다"고 덧붙였다.
재계에서는 국내 '유통공룡'인 신세계그룹과 '포털 공룡' 네이버 간의 제휴가 급물살을 탈 것이란 전망에 무게를 두고 있다. 양사가 온라인 쇼핑이라는 '교집합'을 두고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손을 잡는 것은 시간 문제란 분석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CJ와 '혈맹'을 맺은 방식과 유사하게 지분 교환 혹은 전략적 제휴가 될지가 업계에선 관심사"라며 "네이버가 물류업계 1위인 CJ대한통운과 3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교환하며 물류 경쟁력을 확충한 데 이어 신세계그룹과 손잡으며 소싱력 강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정용진, 야구단 인수 후 '적과의 동침'
신세계그룹이 경쟁자인 '네이버쇼핑'을 운영하는 네이버와 손을 잡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유통업계 판도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이번 동맹은 정용진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용진 부회장이 최근 계열사 이마트를 통해 프로야구단 SK 와이번스를 인수하는 등 콘텐츠 확보 행보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포스트 코로나' 시대 전략을 꾸리면서 전자상거래(e커머스) 플랫폼 시장 영향력 확대를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정용진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지지 않는 싸움을 하겠다'는 과거의 관성을 버리고 '반드시 이기는 한해'를 만들어달라'"며 "10년, 20년 지속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판을 바꾸는 대담한 사고로 도전해달라"고 임직원에게 주문한 바 있다.
포털 공룡인 네이버는 오픈마켓 형태의 '네이버쇼핑' 사업을 간편결제서비스인 '네이버페이'와 묶어 유통가에서 그 영향력을 연일 확대하고 있다. 단골 고객 확보에 용이한 유료 회원제 서비스인 '네이버플러스' 회원은 지난해 말 250만 명을 넘어섰다.
신세계와 네이버 간 동맹이 결성된다면 신세계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통한 판로 확대, 그룹 통합쇼핑몰 SSG닷컴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온라인 플랫폼과 콘텐츠 제휴 방안 등을 추진할 전망이다. 반면 네이버는 신세계의 상품 소싱력을 얻게 된다.
앞서 네이버가 오프라인 경쟁력 강화 행보에 나선 점도 신세계그룹과의 동맹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지난해 CJ그룹과 '혈맹'을 맺은 데 이어 지난 21일에는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과 온·오프라인 연계(O2O) 플랫폼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 제휴를 맺은 바 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