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게임스톱 사태' 불붙나…떨고 있는 기관들

입력 2021-01-28 17:17   수정 2021-01-29 09:35


월가를 뒤흔든 ‘게임스톱 사태’에 한국 개인투자자도 동참했다. 이들은 게임스톱과 블랙베리 등 문제의 종목들을 적극적으로 거래할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공매도 잔액 상위 종목들을 매수하고 있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지난해부터 증시의 ‘주인공’으로 떠오른 개인투자자의 자금력을 고려하면 추후 공매도가 재개되더라도 게임스톱과 같이 개인 매수세가 공매도 쇼트스퀴즈를 유도하는 장면이 언제라도 펼쳐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2일 이후 국내 투자자는 게임스톱 주식 4591만달러어치(약 513억원)를 거래했다. 이날 국내 주식게시판에는 수백%대의 수익을 실현한 투자자들의 ‘인증글’이 올라왔고, 여기에는 다시 “세계 공매도 투자자의 씨를 말려야 한다”며 차익실현을 자제할 것을 촉구하는 투자자들의 댓글이 달렸다. ‘제2의 게임스톱’으로 분류되는 종목들도 서학개미들의 포트폴리오에 담겼다. 국내 투자자는 22일 이후 블랙베리를 2913만달러, 팔란티어를 7826만달러어치 거래했다.

게임스톱 사태의 여파는 국내 주식시장까지 확산됐다. 이날 코스닥시장 상장사 에이치엘비는 1.11% 하락한 8만9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지수가 2.5% 하락한 점을 고려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개인은 이날 에이치엘비 주식 2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에이치엘비는 시가총액 대비 공매도 잔액이 코스닥시장에서 세 번째로 많은 회사로, 거래정지 상태인 신라젠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2위 종목이다.

이날 공매도 잔액 상위 5개 종목 가운데 코스닥지수를 밑도는 성과를 낸 종목은 국일제지(2.98% 하락)뿐이었다. 게임사 펄어비스는 장중 11.72% 급등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일부 공매도 잔액 상위 종목들을 중심으로 개인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며 “펄어비스 등 일부 종목은 ‘한국의 게임스톱’이 될 것이라는 걱정 속에 자산운용사들이 급하게 매수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월스트리트를 뒤흔든 게임스톱 사태가 공매도 재개 이후 국내에서도 재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전문사모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지난해에도 코로나19 반등장에서 쇼트포지션을 제때 청산하지 못해 손실을 본 자산운용사가 여럿 나왔다”며 “개인이 지난 1년 동안 보여준 막강한 유동성과 주가부양 능력을 고려하면 과감한 쇼트포지션을 구축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4월 게임스톱 지분 4.7%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한 국내 전문사모운용사 머스트자산운용은 이번 사태 이전에 관련 지분을 전액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머스트자산운용은 이미 작년에 게임스톱 지분을 모두 처분했다”며 “게임스톱 주가가 지난해 이미 300% 넘게 오른 만큼 상당한 수익을 실현했겠지만 이번 급등과는 무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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