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단 대책' 신도시 추가 지정할까 [전형진의 복덕방통신]

입력 2021-01-29 09:34   수정 2021-01-29 09:41


설 연휴 전엔 주택 공급방안이 나온다고 합니다. 뭘까요. 대통령이 ‘특단 대책’을 주문한 만큼 예상하는 수준을 상회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신임 장관이 지휘봉을 잡은 첫 정책이란 점에서도 그렇죠. 조심스럽게 신도시란 단어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까닭입니다.

시장 일각에서 신도시 추가 지정을 조심스럽게 예상하는 데는 몇 가지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여러 차례 나왔던 대책들이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지 못했습니다. 규제는 더 이상 강해지기 힘들 정도죠. 전임 장관의 말년엔 영혼까지 끌어모은 전세대책이 나왔지만 역효과만 냈습니다. 전세값이 급등하면서 매매가격이 더 올랐습니다. 공급 확대 신호를 강하게 줄 수 있는 방안은 대규모 택지, 즉 신도시뿐입니다.

대안으로 도심 고밀도 개발이나 재건축·재개발 활성화가 거론되긴 합니다. 그러나 이 카드는 양날의 검입니다. 공급 확대 효과는 강력해도 약효를 내기까지는 물리적으로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중간 과정에서 집값 자극이 불가피합니다. 그것도 이번 정부에서 말이죠. 이 폭탄 돌리기는 다음 투수에게 승계될 개연성이 높아 보입니다.

유휴부지 활용 방안 이야기도 나오는데요. 꼼꼼하게 따져보면 모든 공급대책에서 이 방안이 빠진 적은 없습니다. 그런데 알짜 땅에 아파트를 짓는다는 상징성을 빼면 실속은 크지 않습니다. 규모 자체가 적을 수밖에 없기 때문인데요. 서랍 구석에 두고 잊었던 동전을 모아 입금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쏠쏠한 용돈이지만 목돈은 되지 않는다는 거죠. 사실 개발 가능성이 높았다면 진작에 되고도 남았을 곳들입니다. 지지부진하거나 방치된 데는 다들 그만한 사연이 있습니다.

본궤도에 오른 3기 신도시 다섯 곳의 사전청약 물량을 또 확대하는 방법도 있긴 합니다. 조삼모사이긴 하지만 공급 효과를 앞당길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 물량은 최대치가 정해져 있습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민간 건설사에 되팔 주택용지는 남겨둬야 하기 때문이죠. 그러니까 공공의 몫으로 쥐고 있는 아파트 물량에 대해서만 공급이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그 중에서도 임대를 뺀 물량, 즉 공공분양에 대해서만 사전청약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3기 신도시를 다 더해봐야 17만 가구 정도입니다. 여기서 공공분양 물량은 25%를 넘을 수 없습니다. ‘공공주택 특별법’이 그렇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신도시를 더 추가하면 3.5기냐 4기냐’는 우스갯소리도 있습니다. 그런데 기수로는 선배인 2기 신도시도 한꺼번에 나오진 않았습니다. 판교신도시 등에 대한 개발계획은 2003년 공개됐지만 막내인 위례신도시(당시 송파신도시)는 2005년에야 발표됐죠.

자꾸 신도시의 운을 떼는 건 3기 신도시 발표가 꽤 전격적이었던 기억 때문입니다. 2018년엔 추석 전에 강력한 대책이 나올 것이란 세종시발 소문이 돌았는데요. 연타석으로 ‘8·27 대책’과 ‘9·13 대책’이 발표됐죠. 그런데 추석 연휴 전날인 9월 21일 갑작스레 3기 신도시 공급계획이 공개됐습니다. 당일엔 수도권 30만 가구 공급계획의 일환으로 대규모 택지를 발굴하겠다는 얼개만 나왔고, 이후 12월 19일과 2019년 5월 7일 두 차례에 걸쳐 3기 신도시 다섯 곳이 확정됐습니다.

정부가 시장에 당장 신호라도 던지려 한다면 이 같은 수순을 참고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구체적인 입지 선정은 나중에 하더라도 공급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선언적인 의미는 줄 수 있으니까요. 이를테면 구두개입을 통해 명절 전 성난 민심을 가라앉히는 것이죠.

사실 지난해 여름도 신도시 추가 지정 직전까지 가긴 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모든 방법을 강구하라”고 지시한 뒤 나온 ‘7·10 대책’이었죠. 검토하는 지역마다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 문제로 갑론을박을 벌이다 맹탕이 돼버렸지만요. 그래서 이번 공급대책은 생각보다 조용히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변창흠표 공급대책엔 어떤 설계도가 마련되고 있을까요. 우리는 가벼운 마음으로 고향에 내려갈 수 있을까요.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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