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방정식 방법을 이용하는 경우는 사회 구성원을 하나의 큰 떼(무리, 덩어리)로 본다. 주로 ‘S-(E)-I-R 모형’을 활용하는데, SEIR는 (정상인)감염 대상군(Suspectible), 질병 노출(Exposed), 감염(Infectious), 회복(Removed)의 영어 단어 앞 글자를 따온 말이다. 미분방정식을 쓴다는 것은 욕조에 물을 채우는 상황에 비유될 수 있다. 감염인구 무리를 하나의 욕조라고 한다면, 여기에 물을 채우는 수도꼭지는 감염률이 된다. 이들 수도꼭지를 열고 닫는 것은 질병의 특징으로서 전염 강도 및 감염인구와 비감염인구의 접촉 수에 의해 결정된다. 그리고 물을 빼는 배수꼭지는 회복률로 비유된다. 이 S-I-R 모형은 1927년 영국 생화학자 W O 커맥과 병리학자 A G 매켄드릭이 질병 유행의 초기 조건과 확산 정도를 예측하기 위해 사용하면서 처음 제안됐다.
S-E-I-R 모형은 S와 I 사이에 접촉군 단계 (E)를 추가한 모형이다. 즉 잠복기가 고려되어 있다. 인구 떼(무리)의 상태를 늘림으로써 다양한 모형을 만들거나 확장할 수 있다. 비교적 간단히 풀 수 있으므로 여러 분야에서 활용하기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이 모형에는 ‘공간’을 포함할 수 없다는 게 단점이다. 또한 인구 떼의 상태가 변화하도록 하는, ‘수도꼭지’의 값 (파라미터의 값)을 명확히 구하기가 어렵다.
이런 연구에서는 앞선 S-(E)-I-R 같은 인구 떼(무리)의 상태를, ‘개인’에게 적용한다. 이 개인들의 움직임은 교통이나 통신 등의 빅데이터를 넘겨받아 결정된다. 주어진 공간에서 이들 개개인이 감염질병에 노출되고 잠복기를 거쳐 증상이 나타났다 회복되는 상황이 시늉내기(시뮬레이션)된다.
이런 모형에서 개인의 움직임은 상호작용하는 입자처럼 움직인다. 개인을 상징하는 입자 하나하나는 제각각 이동 데이터를 반영해 움직이면서 서로 만나고 헤어진다. 이 과정에서 질병이 확산되는 것이다. 당구대와 당구공에 비유하면 하얀 당구공만 있는 당구대에 노란색 물감이 묻은 당구공이 들어가서 다른 당구공과 부딪히며 같은 색이 묻은 당구공의 수를 늘리는 것과 같다. 이때 당구공들이 서로 덜 만나게 하는 일종의 ‘적절한 방역 조치’를 취하면 노란 물감이 덜 묻는 식인데, 방역의 효과는 복잡계나 수리적인 시각에서 측정된다.
이런 시뮬레이션 방법은 개인에게 부과되는 여러 정책을 모사하고 평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국의 경우, 5000만 명 이상의 개인을 실제 모형화하므로 대규모 컴퓨터의 계산을 수행한다. 또한 질병이 가진 감염 관련 특징들도 포함되어 어떻게 ‘퍼지는가’에 대한 부분이 고려된다. 뿐만 아니라 이런 방법이 가진 특징 때문에, 질병의 전파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 개개인의 이동 및 상호작용과 관련된 ‘이동’과 ‘공간’이 고려된다. 신종플루는 서울 인구(980만 명)를 대상으로 아웃브레이크(outbreak: 질병 확산) 상황을 슈퍼컴퓨터에서 시늉내기(시뮬레이션)해 본 바 있다. 이를 통해 나이나 성별, 건강 상태에 따라 개인별로 백신 전략을 세우거나 이동 동선을 제한하는 등의 정책을 수립·평가할 수 있었다.<그림. 서울에서의 신종플루 전파 시뮬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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