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활용한 코로나19 확산 시뮬레이션 모델…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정책의 효과 과학적으로 증명

입력 2021-02-01 09:0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를 강타했다. 감염자 수는 한 해가 지난 지금도 줄어들지 않고 여전하다. 감염성 질병은 어떻게 전파되는가? 질병이 감염되고 확산되어 가는 것은 사람들 사이에 소문이 전파되는 것이나 뉴런 사이에서 정보가 퍼져나가는 것과 본질적으로 같은 현상이다. 이들 현상을 하나의 모형으로 만드는 데는 2020년 현재 (1)미분방정식 방법을 사용하거나 (2)복잡계에 기반해서 대용량 슈퍼컴퓨터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둘 다 응용수학의 한 갈래인데, 시뮬레이션(시늉내기, 전산모사)을 진행할 때 어디에 초점을 두는가 하는 점이 다르다.
미분방정식을 활용한 질병전파 모델


미분방정식 방법을 이용하는 경우는 사회 구성원을 하나의 큰 떼(무리, 덩어리)로 본다. 주로 ‘S-(E)-I-R 모형’을 활용하는데, SEIR는 (정상인)감염 대상군(Suspectible), 질병 노출(Exposed), 감염(Infectious), 회복(Removed)의 영어 단어 앞 글자를 따온 말이다. 미분방정식을 쓴다는 것은 욕조에 물을 채우는 상황에 비유될 수 있다. 감염인구 무리를 하나의 욕조라고 한다면, 여기에 물을 채우는 수도꼭지는 감염률이 된다. 이들 수도꼭지를 열고 닫는 것은 질병의 특징으로서 전염 강도 및 감염인구와 비감염인구의 접촉 수에 의해 결정된다. 그리고 물을 빼는 배수꼭지는 회복률로 비유된다. 이 S-I-R 모형은 1927년 영국 생화학자 W O 커맥과 병리학자 A G 매켄드릭이 질병 유행의 초기 조건과 확산 정도를 예측하기 위해 사용하면서 처음 제안됐다.

S-E-I-R 모형은 S와 I 사이에 접촉군 단계 (E)를 추가한 모형이다. 즉 잠복기가 고려되어 있다. 인구 떼(무리)의 상태를 늘림으로써 다양한 모형을 만들거나 확장할 수 있다. 비교적 간단히 풀 수 있으므로 여러 분야에서 활용하기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이 모형에는 ‘공간’을 포함할 수 없다는 게 단점이다. 또한 인구 떼의 상태가 변화하도록 하는, ‘수도꼭지’의 값 (파라미터의 값)을 명확히 구하기가 어렵다.
복잡계에 기반한 질병전파 모델
컴퓨터의 계산능력이 발전하여 슈퍼컴퓨터가 개발되고, 복잡계(complex system) 현상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서, 개인에 초점을 맞춘 모형들이 제안되었다. 복잡계는 ‘나비효과’나 ‘눈덩이(스노볼)효과’ 등으로 유명한데, 하나의 매우 작은 변화가 전체의 변화를 야기하는 경우를 말한다. 그러니까 나비효과란 베이징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대기에 영향을 주고, 시간이 지날수록 이 영향이 점점 커져서 오랜 시간 후에 뉴욕에 부는 허리케인이 되어버리는 현상을 칭한다. 세계적으로는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미국 로스알라모스연구소연합,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을 위시한 서너 개의 그룹이 각 국가 인구 단위에 맞추어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들의 연구는 각국과 세계에서 방역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실제로 활용되고 있다.

이런 연구에서는 앞선 S-(E)-I-R 같은 인구 떼(무리)의 상태를, ‘개인’에게 적용한다. 이 개인들의 움직임은 교통이나 통신 등의 빅데이터를 넘겨받아 결정된다. 주어진 공간에서 이들 개개인이 감염질병에 노출되고 잠복기를 거쳐 증상이 나타났다 회복되는 상황이 시늉내기(시뮬레이션)된다.

이런 모형에서 개인의 움직임은 상호작용하는 입자처럼 움직인다. 개인을 상징하는 입자 하나하나는 제각각 이동 데이터를 반영해 움직이면서 서로 만나고 헤어진다. 이 과정에서 질병이 확산되는 것이다. 당구대와 당구공에 비유하면 하얀 당구공만 있는 당구대에 노란색 물감이 묻은 당구공이 들어가서 다른 당구공과 부딪히며 같은 색이 묻은 당구공의 수를 늘리는 것과 같다. 이때 당구공들이 서로 덜 만나게 하는 일종의 ‘적절한 방역 조치’를 취하면 노란 물감이 덜 묻는 식인데, 방역의 효과는 복잡계나 수리적인 시각에서 측정된다.

이런 시뮬레이션 방법은 개인에게 부과되는 여러 정책을 모사하고 평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국의 경우, 5000만 명 이상의 개인을 실제 모형화하므로 대규모 컴퓨터의 계산을 수행한다. 또한 질병이 가진 감염 관련 특징들도 포함되어 어떻게 ‘퍼지는가’에 대한 부분이 고려된다. 뿐만 아니라 이런 방법이 가진 특징 때문에, 질병의 전파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 개개인의 이동 및 상호작용과 관련된 ‘이동’과 ‘공간’이 고려된다. 신종플루는 서울 인구(980만 명)를 대상으로 아웃브레이크(outbreak: 질병 확산) 상황을 슈퍼컴퓨터에서 시늉내기(시뮬레이션)해 본 바 있다. 이를 통해 나이나 성별, 건강 상태에 따라 개인별로 백신 전략을 세우거나 이동 동선을 제한하는 등의 정책을 수립·평가할 수 있었다.<그림. 서울에서의 신종플루 전파 시뮬레이션>
사회적 거리두기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
비슷한, 그러나 더 정교해진 계산 시늉내기 모형을 활용하여 코로나19를 효과적으로 방역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그동안 시뮬레이션되고 평가됐다. 예컨대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쓰기-손씻기 효과, 해외 유입자의 관리, 등교 시점의 평가 등이다. 이들은 모두 개인의 행동들로 나타나는 사회의 변화를 추적하였다. 이들은 방역 정책의 과학적 근간이 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수행한 경우 감염자 수가 훨씬 낮아지는 것을 우리는 확인할 수 있었다. 사람 한 명이 돌아다니는 비율이 줄어들 때 감염자가 감소한다. 과학적인 입장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왜 ‘작동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개인이 개인의 만남을 줄이는 것. 그리고 그 의미를 간단하지만 강력하게 보여준다.
√ 기억해주세요
감염성 질병 확산 모형은 미분방정식 방법을 사용하거나 복잡계에 기반해서 대용량 슈퍼컴퓨터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나비효과’ 등 복잡계 현상을 활용한 질병 확산 모형은 상호작용하는 입자처럼 움직이는 개인에 의해 감염병이 퍼지는 모습을 측정할 수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수행한 경우 감염자 수가 훨씬 낮아지는 것을 확인함으로서 이들 모형이 방역 정책의 과학적 근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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