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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구를 발명해 어두운 밤하늘에 빛을 밝힌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베네딕트 컴버배치 분), 미국의 전기 보급 시장을 놓고 그와 경쟁한 조지 웨스팅하우스(마이클 섀넌 분) 등 두 사람의 대결을 그린 영화 ‘커런트 워’(2017). 에디슨제너럴일렉트릭이 직류 송전 방식인 데 비해 웨스팅하우스일렉트릭은 교류 방식이어서 비용면에서 우위에 있었다. 하지만 에디슨에게는 J P 모간(매슈 맥퍼딘 분)이라는 강력한 투자자가 있었고 두 회사는 끝없는 경쟁으로 같이 위기에 몰렸다. 에디슨은 기자들 앞에서 말을 교류 전기로 감전사시키며 전압이 낮은 직류는 안전하고, 전압이 높은 교류는 위험하다며 공세를 편다.
에디슨의 갖은 노력에도 네거티브 마케팅은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 기자들 앞에서 아무리 많은 동물을 감전시켜 봤자, 교류로 사망한 소비자가 등장하지 않는 이상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에디슨의 비서인 인설은 “교류로 죽은 사람은 없고, 당신이 죽인 고양이, 개, 양 그리고 말 11마리뿐”이라고 비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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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두 회사가 사력을 기울인 시카고 세계박람회 전기 공급 계약에서 웨스팅하우스는 승리를 거둔다. 패배를 인정한 에디슨은 웨스팅하우스에게 “내가 전기를 연구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잊을 정도의 새로운 연구를 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시카고를 떠난다. 교류는 지금까지 전 세계 송전 체계의 표준으로 남아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전기 역시 220V 교류 방식이다.
에디슨의 바람대로 전기는 세상을 바꿨다. 다만 전기가 바꾼 세상을 지배한 것은 선구자 에디슨도, 전류 전쟁의 승자로 올라선 웨스팅하우스도 아니라 에디슨의 후원자 모간이었다. 모간은 전쟁에서 패배한 에디슨을 퇴출한 뒤 교류 방식을 채용하고 주요 경쟁사들을 공격적으로 인수한다. 이름도 에디슨일렉트릭에서 제너럴일렉트릭(GE)으로 바꾼다. 모든 경쟁을 이겨내고 실질적인 독점 사업자로 올라선 GE는 전기사업을 기반으로 한때 세계 최대 기업의 자리를 차지했을 만큼 막대한 이익을 거둔다.
오늘날 일상에서 활용되는 각종 기술 가운데 상당수가 이런 기술 파급 효과 덕분에 탄생할 수 있었다. 냉전시기 미국과 러시아의 우주개발 경쟁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미국과 러시아는 유인 우주선과 로켓 등을 만들기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입해 각종 기술을 개발했다. 이 과정에서 파생·개량된 발명품으로 자동차 에어백, 내비게이션, 위성항법장치(GPS), 적외선 체온계, 메모리폼 등이 있다.
일부 경제학자는 기술 파급 효과가 광범위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정부가 직접적으로 파급 효과가 큰 산업을 선택해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반도체 메모리칩 개발의 파급 효과가 감자칩 개발의 파급 효과보다 크다면 반도체산업을 식품산업보다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인위적인 시장 개입을 반대하는 이들은 특허제도를 선호한다. 특허는 새로운 기술이나 물건을 발견한 사람에게 일정 기간 배타적인 독점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정부는 특허제도를 통해 외부효과를 가진 기술에 대한 독점권을 부여해 파급효과를 유도하고, 특허를 출원한 기업이 연구와 개발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도록 하는 경제적 유인을 제공한다. 에디슨은 평생 동안 특허 1093개를 출원해 2003년까지 개인 기준 미국 최다 특허 출원 기록을 보유했다.
전범진 한국경제신문 기자 forward@hankyung.com
② 2000년 미국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 1위로 ‘미국 제조업의 상징’으로 불리던 제너럴일렉트릭(GE)이 최근 자산이 4분의 1로 줄어드는 등 몰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③ 삼성전자가 초고화질인 ‘8K TV’ 기술표준을 확립했다는데 많은 한국기업이 각 분야에서 글로벌 기술표준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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