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생글이 통신] 수학 틀린 문제에 'Again' 표시…덤덤하게 다시보기 하세요

입력 2021-02-0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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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생글기자 14기, 서강대 경영학과 21학번으로 입학하게 된 이경민입니다. ‘수포자’는 다른 과목 포기자에 비해 유난히 많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개념만 완벽해도 몇 점!’ ‘이것만 완벽해도 몇 점!’ 이런 말이 유독 많습니다. 저도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많은 학생이 이 말에 대해 오해하기 때문에, 쉽게 타협하고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학을 공부하면서 가지면 좋을 마음가짐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자꾸 틀린다고 쉬운 단계로 돌아가지 않기
우리가 게임을 한다고 한번 생각해봅시다. 게임 튜토리얼에서 여러 조작법에 대해 알려줍니다. 간단한 미션도 줍니다. 열심히 튜토리얼을 익혀서 본게임으로 넘어갑니다. 그런데 본게임이 생각보다 어렵네요? 여러분은 이럴 때 어떻게 하시나요?

물론 튜토리얼로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거기서 배웠던 기본적인 조작법이 생각이 안 나면 당연히 돌아가서 다시 익혀야죠. 만약 조작법은 완전히 머릿속에 있는데 생각만큼 컨트롤이 잘 안 되는 경우는 어떨까요. 그럴 때 튜토리얼에 있는 쉬운 예시를 마스터한다고 본게임을 깰 수 있을까요? 아니죠. 그것은 본게임에서 여러 번 깨져보면서 직접 익혀야 하는 것입니다. ‘개념만’ 완벽해도 몇 점이 나온다는 말은 참 달콤합니다. 지금 당장 어려워서 안 풀리는 문제는 내가 개념이 덜 됐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내가 전 단계를 완벽히 수행했다면, 지금 이렇게 반타작을 하고 머리가 아프지 않겠죠? 그래서 개념으로 돌아갑니다. 더 쉬운 문제집으로 돌아갑니다.

여러분은 그것이 탄탄한 공부라고 합리화하겠지만 안타깝게도 그것은 회피, 포기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내신식 암기 시험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단순 암기 시험에서 10문제 중 7문제를 틀린다면 개념이 덜 된 것이 맞겠죠. 그러나 수학은 개념이 완벽해도, 예시 문제를 마스터해도, 심화 문제의 10문제 중 7문제씩 틀릴 수 있습니다. 충분히 틀립니다. 그렇게 틀려가면서 ‘그 단계’의 문제들을 마스터해가는 겁니다. 그 머리 아픈 단계를 버텨내야 비로소 성장할 수 있습니다.
자기연민 버리고 멘탈 붙잡기
그러나 이것을 알고 있어도 실천하는 것은 참 어렵습니다. 수학 문제를 풀 때마다 반타작하는 것은 괴로운 일입니다. 그래서 이것을 극복하기 위한 팁을 두 가지 드리겠습니다. 첫째는 문제집에 정오 표시하는 방식을 바꾸는 겁니다. 보통 맞은 문제는 동그라미, 그리고 틀린 문제는 찍 긋습니다. 그런데 빨간색 비 내리는 문제집을 보면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저는 맞은 문제에는 OK, 틀린 문제에는 A를 작게 적었습니다. A는 좋은 뜻이 아니라 again의 A였습니다. 이런 잔꾀로 뭐가 달라질까 싶겠지만, 틀린 문제를 대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집니다. 옛날에는 감정적으로 자책했다면, 표시를 바꾸고 나서는 그냥 ‘다시 봐야 되는구나~’ 정도로 마음가짐이 달라집니다. 틀린 문제를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덤덤하게 복습해야 할 과제로 여기는 것이 성장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둘째는 자기 연민을 버리는 것입니다. 사람은 힘들면 ‘내가 여기서 왜 이러고 있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은 스스로를 불쌍한 존재로 여기게 만듭니다. 그러나 어려운 수학 문제에 도전하고, 틀리면서 배우는 것은 아름답고 대단한 일이지 결코 불쌍한 일이 아닙니다. 주변 어른들이 여러분께 안쓰럽다고 얘기해주셔도 본인까지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됩니다. 그러니까 어디에 써놓거나 항상 생각하면서 의도적으로 멘탈을 붙잡는 것이 좋습니다.

앞으로 많이 힘들 겁니다. 그것은 여러분이 잘못하고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잘하고 있어서 힘든 겁니다. 그러니까 쉽게 타협하지 마시고 굳건히 공부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경민 생글 14기, 서강대 경영학과 21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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