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국가채무 확대를 위한 대국민 선전전에 불을 붙이고 있다. 지난해 국가채무와 관련해 ‘재정건전화 부채론’을 꺼내든 데 이어 이번에는 ‘민간 흑자론’을 새로 들고 나왔다. 정부 적자는 곧 민간 흑자로 연결된다면서 공적 이전소득(정부나 공공기관이 국민에게 주는 돈) 확대 등 확장재정을 통해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논리다. 경제계는 “가계부채뿐만 아니라 국가 재정상황까지 나락으로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우려했다.
여기에 이 지사와 함께 여권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정세균 국무총리도 가세하고 나섰다. 정 총리는 28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당정회의에서 “가계부채가 더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국가가 조금 더 부채 규모를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주장은 지난해 정부와 청와대가 주창한 ‘재정건전화 부채론’과 연결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2020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지금의 심각한 위기 국면에선 충분한 재정 투입을 통해 빨리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성장률을 높여 재정 건전성을 회복해야 한다”며 “(재정 투입이) 길게 볼 때 오히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의 악화를 막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도 같은 달 민주당 행사에서 “국채를 발행해서라도 성장률을 지탱하는 것이 재정건전성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4차 재난지원금과 자영업 손실보상을 추진하는 한편 다음달 신복지체계 구상에서 대규모 공적 이전소득 확대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복지체계 구상과 관련해서는 청년수당 지급, 기초생활보장 확대 등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소 수조원에서 수십조원의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재정 확대 대신 감세를 통해 민간 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공명재 전 한국재무관리학회 회장은 “소득세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세율을 낮춰 가계의 호주머니를 두둑하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8일 ‘2021년 IMF-한국 연례협의 결과 발표문’에서 가계부채와 국가채무 둘 다 관리할 것을 주문했다. IMF는 가계부채와 관련해 “급증세를 이어간다면 규제 수준을 더욱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준칙에 기반해 재정정책을 운용하고자 하는 한국 정부의 제안을 환영한다”고 했다.
여권의 국가채무 옹호론에 대해서는 진보진영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사회진보연대는 “재정을 쓸 때 쓰더라도 제대로 써야 한다”며 “지출의 경제적 효과를 면밀히 분석하지 않고 선거 승리나 지지율 확보를 위해 발행하는 국가부채는 가장 질이 나쁜 부채”라고 지적했다.
임도원/김소현 기자 van7691@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