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그랬다. GC녹십자랩셀은 기술발전 속도를 감안할 때 CAR-NK 시대가 예상보다 빨리 열릴 것으로 판단, 2014년부터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갔다. 세계적으로 CAR-T조차 상용화되지 않았던 때였다. 첫 CAR-T 치료제인 킴리아는 3년 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았다.
회사 관계자는 “2009년부터 NK세포를 연구해온 결과 CAR-NK 개발에 승산이 있다고 판단해 회사의 역량을 집중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현대차가 차세대 자동차인 수소차 개발에 집중하듯이 녹십자도 CAR-T를 건너뛰고 CAR-NK에 올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긴 호흡을 갖고 연구개발에 매진한 것도 한몫했다. 성공 여부를 가늠하기 힘든 상황에서 7년 넘게 불확실성에 투자한 경영진의 결단이 아니었으면 2조원대 기술수출은 어려웠을 것이란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녹십자랩셀은 이번 계약을 성사시킨 기술 개발에 200억원 이상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상시험을 시작하기도 전에 수백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쓰는 건 국내 제약업계에서 흔한 일이 아니다.
기술수출 성공을 이끈 마지막 열쇠는 2019년 미국 계열사 아티바를 세운 것이다. 국내에서 모든 연구를 수행한 뒤 기술을 넘길 해외 파트너를 찾는 다른 제약사와는 완연히 다른 행보였다.
아티바 연구진은 페이트, 벨리쿰 등 글로벌 바이오 기업에서 비슷한 업무를 수행한 전문가로 구성했다. 그래야 향후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수출하고 공동연구를 수행할 때 유리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녹십자 관계자는 “이번 계약은 수출 대상이 특정 신약 후보물질이 아닌, 여러 분야에 응용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인 만큼 수출 규모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상헌/김우섭 기자 oh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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