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라디오 진행자인 김모 아나운서가 그동안 정부에 불리하거나 북한을 비판한 뉴스를 임의로 삭제해온 사실이 밝혀졌다.
김 아나운서가 지난달 원고 중 일부를 빼고 전달하거나 일부 내용을 임의 추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KBS노동조합은 1일 자체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KBS노조에 따르면 주말 뉴스를 진행한 김 아나운서는 지난해 10~12월 두 달간 20여 건의 기사를 자의적으로 삭제하거나 추가했다.
김 아나운서가 임의로 방송하지 않은 기사는 북한의 열병식 개최 관련 건과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 대한 검찰 수사 진전 내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급증 등이었다.
김 아나운서는 가장 중요한 뉴스인 '톱기사'를 삭제하기도 했다. 합동참모본부가 북한의 열병식 실시 정황을 포착했다는 기사였다.
기사를 삭제하지는 않았지만 일부를 읽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북한에 억류됐다 사망한 미국인 오토웜비어 가족이 "우리는 김정은 정권의 거짓말과 폭력의 희생자"라고 말했다는 부분이었다. 이 밖에도 한국의 소비심리 지표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8개국 중 26번째로 떨어졌다거나 수입의존도가 3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는 부분도 보도하지 않았다.
임의로 문장을 추가한 경우도 있었다. 북한의 심야 열병식과 관련 당초 기사는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외부 위험에 맞서 자위적 전쟁억제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마무리된다. 김 아나운서는 여기에 "(김 위원장은) 또 사랑하는 남녘 동포들에게는 따뜻한 마음을 보낸다고 밝히고 북과 남이 다시 손을 마주 잡는 날이 찾아오길 기원한다고 말했다"는 문장을 추가했다.
KBS노조는 "청와대 주요 인사에 대한 검찰 조사 뉴스나 북한의 무력시위 동향,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담긴 뉴스를 삭제하고 불방했다"고 분석했다.
김 아나운서는 지난해 12월19일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 기사 폭행 사건 소식을 전하면서 야당 의원이 제기한 '봐주기 수사' 의혹 부분을 방송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에 대해 KBS는 "김 아나운서가 원고대로 낭독할 경우 방송 시간을 초과해 코로나19 관련 뉴스를 방송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해 뉴스 일부를 수정?생략했다"고 해명했었다.
KBS노조는 약 1200명 정도가 가입한 노조로 KBS 내 가장 많은 노조원을 가진 언론노조 KBS본부와는 다른 조직이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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