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는 2018년 11월 경기 이천에 D램 공장인 ‘M16’을 착공했다. 당시는 D램 가격이 정점을 찍고 하향 곡선을 그리던 때였다. SK그룹 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며 투자를 밀어붙였다.
최 회장의 판단은 옳았다. 올 들어 D램 시황은 슈퍼 사이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때맞춰 M16이 완공됐다. 이르면 7월부터는 M16에서 최첨단 장비로 생산된 차세대 D램이 쏟아져 나온다.
이날 최 회장의 감회가 남달라 보였다는 게 SK 임직원의 공통된 평가다. 최 회장은 2011년 SK하이닉스 인수부터 2015년 M14~16 투자 계획 발표, 2018년 M16 착공 결정까지 ‘선택의 시간’을 여러 차례 맞이했다.
최 회장은 준공사에서 그간의 고뇌와 M16의 의미에 대해 얘기했다. 그는 “요즘 반도체 ‘업사이클’ 얘기가 나오고 있는 만큼 어려운 시기에 내린 과감한 결단이 더 큰 미래를 꿈꿀 수 있게 해줬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M16은 그동안 회사가 그려온 큰 계획의 완성이자 앞으로 용인 클러스터로 이어지는 출발점으로서 중요한 상징으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경기 용인 원삼면 일대에 416만㎡ 규모 반도체 복합단지(클러스터)를 건설할 계획이다.
오는 7월부터 M16에서 EUV 장비를 활용한 4세대 10나노미터(nm·1nm=10억분의 1m) D램(1a D램)이 양산된다. 1a D램은 현재 주력 제품보다 크기·전력효율·성능 측면에서 20% 이상 개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D램 제조에 EUV 장비를 활용하면 회로를 새기는 작업 횟수를 줄일 수 있어 생산 효율성이 높아진다. SK하이닉스가 M16 가동을 발판으로 올해 영업이익이 작년의 두 배 수준인 10조원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편 이날 최 회장은 최근 불거진 직원들의 작년 성과급 불만과 관련해 “지난해 SK하이닉스에서 받은 것(연봉)을 직원들을 위해 다 내놓겠다. 잘 풀어가자”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직원들은 지난달 28일 성과급이 경쟁사의 절반 수준인 기본급의 400%(연봉의 20%)로 정해지자 “성과급 산정 기준을 공개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2019년 기준 최 회장이 SK하이닉스에서 받은 연봉은 3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17억5000만원이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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