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라면 치를 떠는 국내 개미들은 미국 개미들의 ‘게임스톱 대첩’에 환호성을 터뜨리는 분위기다. 맨날 당하기만 하다가 모처럼 ‘한 건’ 했다는 데서 카타르시스까지 느끼는 것 같다. 일부 개미들은 국내 공매도 세력에도 본때를 보여주자며 동참자 모집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공매도 금지 연장으로는 부족하고 아예 폐지하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증시를 움직이는 동력은 ‘돈’인 만큼 자금력이 승패를 가를 수밖에 없다. 주식시장이 개미에게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인 이유다. 그래도 투자자들은 자금 흐름에 편승해 돈을 벌기 위해 부나방처럼 뛰어든다. 그러다 보니 자신들 보유 주식을 덩달아 사주면 기관이나 속칭 ‘세력’도 ‘천사’가 되고, 반대로 공매도하면 이내 ‘악마’가 된다.
주식시장은 탐욕과 공포가 지배하는 밀림과도 같은 곳이다. 누가 옳고 그른지, 착하고 악한지 따위는 중요치 않다. 승자와 패자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 요즘 공매도를 둘러싼 나라 안팎의 분위기는 ‘매수=선(善), 매도=악(惡)’으로 흘러가는 듯하다.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지난달 27일 공매도 비판 트윗을 올리자 게임스톱 주가는 급등했다. 공매도한 헤지펀드들에는 결정타였다. 개미들은 머스크를 ‘정의의 사도’인 양 칭송했지만 테슬라가 공매도의 최대 타깃이라는 점도 알아야 한다. 게임스톱에 대한 ‘개미들의 반란’을 주도했던 온라인 증권사 로빈후드는 지난달 28일 이해할 수 없는 이유를 대며 돌연 게임스톱 주식의 매수를 막았다. 460달러대까지 치솟던 주가가 하루 만에 200달러 밑으로 곤두박질쳤다. ‘로빈후드’답지 않은 처사였다.
게임스톱은 2019, 2020년 연속 수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테슬라, 애플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공매도의 표적이 된 이유다. 그런데 1월 초 20달러도 안 되던 주가가 최근 17배가량 폭등했다. ‘작전’과 다를 바 없는 개미들의 집중 매수 덕이다. 실적이 부진한 기업 주식을 공매도한 헤지펀드와 이들을 혼내주자며 ‘묻지 마’ 매수에 나서 주가를 급등시킨 개미들. 선과 악을 떠나 과연 누가 합리적인가.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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