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동반 시대’가 해를 바꿔가며 이어졌다. 이제는 ‘긴급대응’에서 벗어나 ‘장기전’에 걸맞은 시스템을 갖출 법도 하다. 하지만 사활을 건 기업과 달리 정부는 ‘코로나 이후’ 시대를 바지런히 대비한 것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계획 없는 사회’가 도돌이표처럼 반복하고 있다.
교육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범위 내에서 지역 및 학교별로 학사 운영을 탄력적으로 하겠다”면서도 개학과 수능시험 일자만 못 박았을 뿐이다. 실제 아이들이 등교하는 날이 언제일지, ‘퐁당퐁당 수업’으로 이어질지 모든 게 유동적이다. ‘교육 격차를 줄이고 원격수업을 지원하겠다’는 추상적 표현만으로, 교육방송만 틀어주는 부실한 수업 현장을 덮을 수 없다. 신학기에 몇 학년을 맡을지도 미정인 교사들에게 쌍방향 교육 콘텐츠를 뚝딱 내놓으라는 셈이기 때문이다.
‘늑장 대처’의 표본으로 비판받았던 백신정책은 여전히 투명하지 못하다. 누가, 언제, 어떤 백신을 접종하는지 시간표는 그 골자조차 느지막하게 나왔을 뿐 아직도 불명확한 점이 적지 않다. 코로나 치료 의료진이 최우선 접종 대상이라지만 같은 병원에서 근무하는 돌봄인력이나 시설관리자는 ‘회색지대’에 남아 있는 식이다. 법적 근거 없이 ‘퍼주기’만 강조되는 자영업 지원책이나, 1년이 다 되도록 재개 시점조차 정하지 못한 공매도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다이내믹 코리아’라는 문구처럼 그간 한국은 ‘빠른 변화’가 트레이드 마크였다. 자연스레 임기응변이 높게 평가받았다. 반면 차분한 ‘준비’와는 거리가 멀었고, 법과 제도를 통한 해결책조차 졸속이었다. 하지만 임시방편은 그야말로 순간의 대책일 뿐이고, 근본 틀을 바꾸거나 도약을 이룰 기반이 될 수 없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구축한 대응 매뉴얼이 없었다면 ‘K방역’이 자찬하는 ‘성과’도 없었을 것이란 점을 떠올려야 한다.
지금이라도 지난 1년간 코로나 대처를 위해 한국 사회가 어떻게 행동했는지 ‘백서’를 만들었으면 싶다. 그것을 바탕으로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지를 제시하는 매뉴얼도 작성하길 바란다. 언제까지 제대로 된 계획 하나 없이 위기에 맞설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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