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의 대출시장이다. 금융당국은 은행을 압박해 신용대출을 강하게 죄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일부 은행이 아예 ‘대출 문’을 닫아버렸다. 그런데도 대출 수요는 줄지 않는다. 은행이 대출 문턱을 높일수록 가수요가 폭발하는 양상이다. 신한 국민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에서는 올 들어 지난달 28일까지 4만3000개의 마이너스 통장이 새로 개설됐다. 하루 평균 1540개로, 지난해 말 1000여 건보다 훌쩍 늘었다. 지금 대출받지 않으면 앞으로 돈 구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으니 미리 자금을 융통해 둬야 한다는 공포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금융소비자 움직임은 충분히 이해되는 대목이다. 신한은행도 3일부터 ‘쏠(SOL)편한’ 직장인 신용대출과 공무원 신용대출 상품의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1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낮췄다.
은행에서 돈을 빌려야 한다면 일단 DSR 제도를 확실히 알아야 한다. DSR은 연소득에서 대출 전체의 원리금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개인이 자신의 수익을 기반으로 빌릴 수 있는 대출의 총 한도를 말한다. DSR이 100%라면 번 돈 모두 원리금을 상환하는 데 쓰고 있다는 의미로 봐도 된다. 총부채상환비율(DTI)은 연소득에서 주택담보대출 원리금과 기타 대출의 이자를 더한 것이기 때문에 같은 비율의 DSR을 적용하면 대출 한도가 더 줄어든다.
마이너스 통장을 3000만원 열어놨고 1500만원을 실제로 빌렸다고 해보자. 마이너스 통장은 사용액과 상관없이 한도액 전체를 DSR에 반영한다. 해마다 300만원의 원금을 갚고 한 해 이자는 45만원이니까 DSR은 345만원 나누기 5000만원(연소득)을 해서 6.9%다. 결국 55.44%가 최종적인 DSR이 된다. 다시 말해 DSR 40%를 맞추려면 마이너스 통장 1500만원을 모두 갚은 뒤 3000만원짜리 마이너스 통장을 없앤다고 끝날 일이 아니란 얘기다. 기존 신용대출까지 3300만원을 더 갚아야 DSR 40%를 맞출 수 있다.
정부는 기존 대출에 대해서는 소급 적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3월에 당장 시행하는 것도 아니고 시차를 두고 적용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고액 신용대출의 분할 상환 의무화 방안에 마이너스 통장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하지만 앞으로 돈을 빌려야 하는 사람에게는 불안하기만 한 상황이다. 고액의 신용대출까지 원금분할 상환이 적용되면 DSR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결국 DSR을 몇%로 제한할지, 고액 신용대출을 얼마로 정의할지가 최대 변수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달 은행 신용대출 금리가 최근 8개월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대출 환경은 금융소비자에게 점점 불리하게 흘러가고 있기 때문에 돈을 융통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조금이라도 서두르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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