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지난해 아들에게 시가 13억원 상당의 수도권 아파트를 증여했다. 증여한 직후에는 이 아파트에 7억원을 전세 보증금으로 내고 세입자로 들어갔다. A씨의 아들은 시가와 전세 보증금의 차액인 6억원에 대해서만 증여세를 납부했다.
문제는 A씨가 이 아파트에서 퇴거하면서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않은 것이다. 이를 통해 A씨의 아들은 13억원의 주택을 빚 없이 온전히 소유하게 됐다. 국세청은 자금 추적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A씨와 같은 증여세 탈루 혐의자 1822명이 국세청의 세무검증 대상에 올랐다. 검증을 통해 탈루 사실이 확인되면 과징금과 가산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번 세무검증에서는 단순히 주택 증여 시점 뿐만이 아니라 전후 과정을 모두 조사 대상에 올렸다. 최초 주택을 매입하는 시점에 탈세 사실이 있었는지, 증여 이후에 부모의 도움으로 해당 주택 관련 채무를 상환했는지까지 들여다본다.
탈루 혐의자 중에는 주택 증여세를 신고하면서 다른 증여 재산은 누락하거나, 증여재산 공제를 중복해서 받은 혐의자가 1176명으로 가장 많았다.
아버지에게는 비상장주식을 증여 받고, 어머니에게는 아파트를 증여 받은 B씨가 대표적이다. B씨는 증여세를 신고하면서 비상장주식과 아파트를 각각 신고해 이 둘을 합산했을 때와 비교해 증여세액을 낮췄다.
증여재산 공제 역시 두 건에 대해 중복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 관계자는 "아버지와 어머니는 증여 과정에서 동일인으로 간주하는만큼 두 사람에게 받은 것을 합산해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파트를 증여 받으면서 실제거래 시가가 아닌 공시가격 등으로 가치를 낮춰 신고한 혐의자도 531명이다. 국세청은 증여일부터 6개월 이전, 3개월 이후까지 9개월간 같은 단지, 같은 주택형의 아파트 중 증여일에 가장 가깝게 거래된 아파트의 매매가를 기준으로 증여 주택의 가치를 측정한다.
공시지가나 국세청 기준시가 등은 이같은 매매사례가액이 없을 때만 증여가치로 인정 받을 수 있다. 최근 수년간 집값이 급등하며 공시가격은 매매사례가액보다 낮은 경우가 많아 혐의자 상당수에는 가산세가 부과될 전망이다.
증여세 부과를 추적하면서 최초 주택 취득의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것으로 밝혀져 조사 대상에 오른 이들도 85명이다.
C씨는 사회초년생인 자녀에게 아파트 및 분양권을 증여했다. 관련 증여세는 제대로 납부했지만 국세청은 C씨가 해당 주택 및 분양권을 소유하게된 경위를 이상하게 여겼다.
대형 마트를 두 곳 운영하는 C씨가 신고한 소득은 주택 매입가에 비해 턱없이 낮았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C씨가 매출을 누락하고 비용을 과대평가하는 방법으로 수입을 축소신고한 경위를 포착하고 조사에 들어갔다.
아울러 빚을 안고 산 아파트를 자녀에게 증여하며 금융비용은 부모가 대신 상환해준 부담부 증여, 자녀의 소득이 없는 가운데 종합부동산세를 비롯한 각종 주택 관련 세금 비용을 대신 납부한 30명도 탈루혐의자에 이름을 올렸다.
국세청 관계자는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활용해 각종 증여세 저가 신고 및 불성실 신고 행위를 추적하고 있다"며 "최초 주택 구입의 자금 출처부터 증여 이후 해당 관련 주택 채무 상환까지 모두 조사 범위에 올려놓겠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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