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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동안 쓰던 회사 이름을 바꿨다. 회사를 상징하는 색과 로고(엠블럼)도 갈아치웠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자동차 회사(1944년 창립)이면서 회사명에서 '자동차'를 뺀 기아 얘기다. 변화에는 불편함과 비용이 뒤따른다. 대대적으로 바꿨다가 상황이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기 마련이다. 지난 4분기 창립 이래 가장 좋은 실적을 낸 기아가 왜 이런 모험을 감행했을까. 변화를 주도한 송호성 사장의 답은 간단했다. "기아는 이제 글로벌 자동차산업의 변화를 끌고가는 회사가 될 겁니다."
송 사장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은 확실하게 바뀌고 있고, 변화를 따라갈지 선도할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기아는 전기자동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 모빌리티(이동수단) 시대에는 패스트팔로워가 아닌 퍼스트무버로 거듭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무턱대고 변화하겠다는 주장만 내놓지 않았다. 1시간 30분 가량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구매자의 필요에 맞춘 목적기반 모빌리티(PBV)를 비롯한 기아의 미래 먹거리와 새로운 고객층, 새로운 기술의 적용 계획, 마지막 과제라 할 수 있는 중국에서 실적 회복 방안 등을 조목조목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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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계획을 거침 없이 밝히는 송 사장에게 다소 아플 수 있는 중국 시장 질문을 던졌다. 그럼에도 답변 속도는 줄지 않았다. 그는 "중국이 마지막 남은 과제"라며 "올해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 사장이 내놓은 해법은 도매 중심 영업에서 소매 중심 영업으로 전환이었다. 그는 "중국 시장이 급성장하다보니 현지 맞춤 상품을 집중적으로 많이 내놓았는데, 그러다보니 저렴한 브랜드라는 인식이 강해졌다"며 "중국에 선진 시장용 제품을 집중 출시해 기아를 '좋은 차를 파는 브랜드'로 인식하게 만들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와 기아의 브랜드 지향점을 어떻게 차별화할 수 있을 지 묻는 질문에는 "기아는 더 젊고 역동적인 브랜드"라는 답이 돌아왔다. 송 사장은 "우리의 핵심 고객은 밀레니얼 세대"라며 "디자인부터 내부 기기까지 전부 젊고 독창적인 고객에 맞게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시대 인력 감축 문제 관련 노동조합의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결국 미래차 시대가 올 것이고, 이를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노사 모두 인정하고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며 "올해 본격적으로 노사 대화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나 해외에 추가로 생산 기지를 만들 가능성에 대해서는 "당분간 없다"고 못 박았다. 연 30만대를 생산하는 인도 공장을 만든 지 2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 필요가 없다는 이유다. 시장에서 관심이 많은 전기차 배터리 내재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고민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배터리 분야는 투자 규모가 워낙 크고, 자동차 공장을 하나 짓는 것만큼의 비용이 든다"며 "그룹 차원의 전략 방향에 맞춰 결정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기아는 현대차(아이오닉)처럼 전기차 전용 브랜드를 만들까. 송 사장은 "계획이 없다"고 잘라말했다. 2030년까지 전용 플랫폼 전기차를 7종, 기존 모델에서 파생된 전기차를 4종 내놓을 정도로 회사 중심축이 전기차로 옮겨가는데 굳이 별도 브랜드를 운영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텔루라이드의 한국 출시설에 대해서도 "안 가져온다"고 못 박았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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