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으로 결성된 부녀회의 활동으로 발생한 바자회 수익금 등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아니라 부녀회의 재산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횡령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부산의 한 아파트 부녀회장으로 활동한 A씨는 2010년부터 4년간 재활용품 처리비용, 세차 권리금, 게시판 광고 수입, 바자회 수익금 등 7000여만원을 임의로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주택법 등에 따라 이 같은 아파트 ‘잡수익금’은 입주민 전체를 위해 사용해야 하고, 부녀회가 잡수익금 예산집행에 관여할 수 없는데 A씨가 임의로 해당 수익금을 처분했다는 취지다.
A씨는 개인 변호사비용 880여만원을 부녀회비에서 지출한 혐의도 받았다. 1심은 “A씨가 아파트 잡수익금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고, 변호사 비용 880여만원을 반환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판단도 같았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부녀회가 법규나 규약 등에 근거해 입주자대표회의의 하부조직으로 설립된 게 아니라, 아파트 주부들에 의해 자율적으로 결성돼 봉사활동이나 수익사업 등을 하는 경우 부녀회는 법인 아닌 사단의 실체를 갖는다”고 판시했다.
해당 아파트의 경우 부녀회 활동으로 인한 수입을 입주자대표회의의 수입으로 귀속시킨다는 내용의 규약을 정한 바 없다는 점도 판단의 근거가 됐다. 대법원 재판부는 “이 사건 잡수익금이 입주자대표회의에 그대로 귀속되거나 입주민들 전체의 재산으로 귀속된다는 전제에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은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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