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슨모빌은 지난해 224억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불리며 한때 세계 기업 시가총액 1위였던 엑슨모빌이 연간 적자를 낸 것은 40년 만에 처음이다. 2019년엔 143억4000만달러의 흑자를 올렸다. ‘적자 행진’은 지난해 4개 분기 연속 이어졌다. 4분기에만 손실이 200억달러에 달했다. 연말에 193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상각 처리한 게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매출은 1820억달러로 전년(2555억달러) 대비 28.8% 줄었다. 2002년 이후 최악 수준이다. 대런 우즈 엑슨모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시장 상황이 최악이었다”며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이날 BP도 지난해 57억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2019년 순이익 100억달러에서 적자 전환한 것이다. BP가 연간 적자를 낸 것은 2010년(순손실 49억달러) 이후 처음이다.
버나드 루니 BP CEO는 “지난해는 석유업계에 몸담은 이후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고 했다. 그는 “작년 자동차 등의 연료 수요가 14%, 항공 수요가 50% 급감했다”며 “유가가 한때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치는 등 저유가가 이어지면서 손실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루니 CEO는 “지난해 4분기가 마지막 불황기가 되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하지만 올해도 석유 수요 회복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코로나19 재확산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어서다. 백신 보급이 예상대로 빠르게 이뤄질 수 있을지도 변수로 지목된다.
정유회사들의 생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엑슨모빌은 지난해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일자리 1만4000개를 줄였다. 미국 내 경쟁사인 셰브런과 지난해 초 합병을 논의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셰브런도 최근 3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역점 사업인 탄소중립 정책도 정유사들이 각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다. 이미 정유사들은 이에 대비해 친환경 대체 에너지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다. 셰브런은 태양열·태양광, 원자력 등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BP는 세계 에너지 소비에서 원유 비중이 2018년 33.2%에서 2050년 14.3%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로열더치쉘은 매출의 90%를 차지하는 석유·천연가스 사업 비중을 60%로 낮출 계획이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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