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전체 자산의 10%가량을 차지하는 국내 주식 직접 운용분에 ESG 기준을 적용하는 ESG 통합 도입을 마무리했다. 작년 말 기준 800조원으로 추정되는 국민연금 기금 규모를 감안하면 약 80조원에 달하는 액수다.
올해는 ESG 통합 적용 범위를 상반기에 국내 채권, 연말까지 해외 주식 및 채권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내년부터는 직접 운용이 아닌 위탁 운용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내년 말까지 국민연금의 ESG 적용 자산 규모는 전체 자산의 50% 수준까지 늘어난다.
국부펀드인 KIC도 ESG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정부 자금 180조원가량을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KIC는 2018년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고, 2019년엔 구체적인 책임투자 업무지침을 내놓으며 ESG 투자의 기틀을 마련했다. 2019년 국내 최초로 3억달러 규모의 글로벌 ESG 전략 펀드를 도입하기도 했다.
같은 해 6월엔 정부가 발행한 5억달러 규모의 녹색 및 지속가능채권 발행에 참여한 뒤 발행자금을 위탁받아 미국의 친환경 오피스 빌딩과 남미·아프리카 내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 폐기물 처리 사업 등에 투자했다.
국민연금과 KIC의 행보는 국내 자본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민연금과 KIC가 대량살상무기, 석탄발전, 담배, 도박 등 이른바 ‘죄악주’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 국내외 기업에 주주로서의 활동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전개할지 등이 기관투자가의 관심사다.
한 공제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국민연금과 KIC의 행보는 그동안 국내 기관투자가에 벤치마크가 돼 왔다”며 “특히 국내 300여 개 상장사의 대주주인 국민연금의 투자 방향은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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