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금융감독원 연금포털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국내 은행, 증권사, 보험사의 총 IRP계좌 잔액은 33조5569억원을 기록해 2019년 말의 25조3950억원에 비해 32% 증가했다. 2012년 제도 도입 이후 연 단위로 가장 큰 금액이 불어났다. IRP는 개인이 노후 준비를 위해 본인 돈으로 적립하는 연금이다. 직장을 그만두면 새 직장에서 다시 가입해야 하는 회사 퇴직연금과는 달리 연속성이 보장된다는 게 차이점이다. IRP 제도는 2017년 ‘소득이 있는 누구나’ 가입할 수 있도록 확대 개편됐다.
하지만 회사가 불입해 주는 퇴직연금에 가입했는데 왜 별도로 IRP를 들어야 하는지 의문을 느끼는 개인이 많았고, 막상 가입해도 운용지시(투자 상품 변경)를 내리는 게 번거로워 그냥 묻어두는 경향이 강했다.
정부가 IRP 활성화를 위해 세제 혜택을 마련하고, 은행·증권사 등이 IRP 마케팅을 강화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만 50세 이상이면 2020년 연말정산부터 연간 불입액 900만원(연금저축과 금액 합산)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지난해 잔액이 대폭 늘어난 것은 이런 마케팅 경쟁에 주식시장의 활황이 겹친 결과라는 분석이다. 증권사 14곳, 은행 12곳 보험사 17곳의 지난해 말 평균 IRP 수익률은 원금 보장형은 연 1.56%, 비보장형은 연 13.6%를 기록했다. 2019년엔 원금 보장형은 연 1.79%에 불과했고, 비보장형은 연 6.56%였다.
하지만 이런 수익은 일부만 누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전히 IRP 자금을 은행 및 저축은행의 예금과 발행 증권사가 망하지 않는 한 원금을 보장받을 수 있는 파생결합사채(ELB) 등에만 묻어두는 개인이 많기 때문이다. IRP계좌에선 주식과 채권, 대체투자 상품을 담은 실적 배당형 펀드를 70%까지 투자할 수 있다. 2020년 말 원금 보장형 상품(금액 기준) 비중은 전체의 73%인 24조7717억원에 달했다. 주식형 펀드 등 실적배당 상품을 한 푼도 담지 않은 계좌가 전체의 4분의 3이었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현 시점에서 원금 보장형을 실적 배당형으로 대거 돌리는 등의 극단적으로 포트폴리오를 변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주식시장이 이미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은행 관계자는 “최근 들어 주가 조정을 예상하고 안전자산으로 포트폴리오를 바꾸는 개인도 많다”고 전했다. 민오임 하나은행 연금상품팀장은 “IRP 가입자는 평소에 금융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적극적으로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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