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 탄핵을 밀어붙이고 있는 여권은 ‘사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그가 1심에서 무죄였지만 탄핵 사유는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1심 재판부가 임 부장판사를 직권남용죄로 처벌할 정도는 아니라고 봤지만 재판 개입 행위 자체는 ‘위헌적’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임 부장판사의 1심 판결이 내려진 건 1년 전이다. 그의 행위가 탄핵 대상이라면 진작 탄핵소추를 했어야 한다. 그동안 가만히 있다가 이제와서 서두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임 부장판사는 지난해 재임용 신청을 하지 않아 이달 말로 임기가 끝난다. 헌법(65조4항)은 ‘탄핵 결정은 공직으로부터 파면함에 그친다’고 정하고 있다. 탄핵의 목적이 공직 배제인데 어차피 나갈 사람을 탄핵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여권이 탄핵을 고집하는 것은 다른 의도를 갖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현 정부 들어 사법부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비판을 적잖게 들었다. 판례나 법리를 무시한 채 친(親)정부 인사나 노동계 손을 들어주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런데 지난해 말부터 이 같은 흐름에 변화가 생겼다. 서울행정법원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손을 잇달아 들어줬고, 서울중앙지법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와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의 입시 비리에 대해 모두 유죄 판결을 내렸다.
그런 일련의 판결에 위기의식을 느낀 여권이 법관 탄핵이라는 무기를 앞세워 ‘사법부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 같은 심증을 더욱 굳히게 하는 것은 ‘기울어진 사법부’를 주도해 온 김명수 대법원장의 태도다. 그는 “탄핵은 국회와 헌법재판소의 권한이고 대법원은 입장을 밝히는 게 적절치 않다”며 남의 말 하듯 했다.
여당 소속 국회 예결위원장조차 ‘사법의 정치화’를 우려하며 탄핵에 반대하는데 사법부 독립을 앞장서 지켜야 할 수장이 사실상 거들고 있는 꼴이다. 지금 탄핵해야 할 대상은 임 판사가 아니라 삼권분립을 위협하는 국회, 그리고 이를 방관하는 대법원장이라는 법조계 안팎의 비판이 안 들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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