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던트 4년 차 A 씨는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배우자를 소개받아 3개월 만에 결혼에 합의했다. 결혼을 결심하게 된 데는 아내 B 씨의 부모님이 모두 의사며 상당한 재력가라는 것도 한몫했다.
A 씨는 B 씨가 외동딸이면서 성격에 구김살이 없고 예의가 바르다는 점 때문에 호감을 느꼈다. 빼어난 미모는 물론 키가 크고 성격도 활달해 누가 봐도 나무랄 데 없었다.
A 씨는 처음 B 씨 부모님께 인사드리는 자리에서 "결혼하면 강남 소재 아파트를 포함해 약 30억 원을 지원해 준다"는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결혼을 결정했다.
코로나19 상황으로 결혼식은 미루고 일단 신혼살림을 시작한 두 사람.
주위의 부러움을 살 정도로 완벽하다고 생각됐던 결혼생활에 비상등이 켜진 것은 종잣돈 마련 상담을 위해 두 사람이 은행에 가서부터였다. A 씨는 창구 직원과 대화를 나누는 아내가 예금과 적금의 차이점을 전혀 모른다는 점을 알아챘다.
이상하게 느껴 물어보니 "결혼 전 돈 관리는 부모님이 모두 알아서 해주셨기 때문에 은행에 가본 적이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문제는 정치 시사 등 B 씨 본인이 평소 관심사가 아닌 분야에는 기초 상식이 전혀 없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 대통령에 관한 대화를 나누던 중 B 씨는 "지금 대통령? 이명박 아니야?"라고 말해 A 씨를 깜짝 놀라게 했다.
"박근혜나 문재인 대통령은 못 들어봤냐"고 묻자 "이름은 들어본 것 같은데 그냥 정치인이라고만 생각할 뿐 누군지 정확히 모른다"는 답이 돌아왔다.
어려서부터 해외여행을 많이 다녀봤다는데 일본과 중국이 어디쯤에 위치해 있는지 모른다거나 우리나라 인구는 300만 명쯤 된다고 생각하는 점도 놀라웠다.
하물며 간단한 사자성어 섞인 말조차 전혀 이해를 하지 못했다.
A 씨는 "문재인 대통령은 초등학생인 조카도 아는 사실이다. 이런 대화가 오갈 때마다 아무리 얼굴이 예쁜 아내일지라도 정이 떨어진다"면서 "돈을 보고 혹 했던 건 사실이다. 아내의 기초 상식이 떨어지는 것에 내가 너무 민감한 건가 싶으면서도 아이를 낳는다면 잘 키울 수 있을지 걱정된다. 평생 대화 수준이 맞지 않는 아내와 마주보며 살 자신이 없다. 아직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으니 미래를 위해 지금이라도 결별하는 게 맞을까"라고 고민을 토로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 같은 글이 올라오자 네티즌들은 경계성 지능장애를 의심하는 반응이 조심스럽게 나왔다.
이계성 인천참사랑병원 원장은 "지능은 구성하는 요소가 많고 그것을 각각 평가하고 합산 평균을 구하는데 요소들 간에 편차가 클 수도 있다"면서도 "해당 경우의 여성에 대해서는 경계성 지능장애를 의심해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지능검사, 심리검사와 더불어 학교생활기록부를 참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70 미만이면 정신지체 지적장애 신청도 가능하며 경계성 지능장애는 웩슬러 검사 결과 지능이 70~79에 해당하는 상태를 말한다.
한 이혼전문변호사는 "가정을 꾸려가고 아이 낳아 키우는데 최소한의 지능은 필수다"라면서 "경계성 지능의 경우 출산 후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정상적인 결혼생활, 육아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고 조언했다.
법알못 자문단 이인철 변호사에게 배우자가 지적 수준이 떨어진다고 이혼사유가 될 수 있을지 물어봤다.
오히려 배우자가 무식하다고, 정신적인 문제가 조금 있다고 이혼을 요구하는 사람이 무식한 것입니다.
물론 지능이 아주 낮거나 기본 상식이 없으면 불편할 수 있습니다. 배우자나 가족들이 불편하겠지만 본인이 가장 힘들고 불편할 것입니다.
최근 배우자가 지능이 낮다고 무시하거나 정신질환이 있거나 암이나 치매 등 병에 걸렸다고 불편하다고 이혼을 요구하는 사건들이 있습니다.
우리 대법원 판례는 “혼인생활 중에 일방이 우울증 증세를 보였으나 그동안 병원의 치료를 받아 현재 일상생활을 하는 데 별다른 지장이 없고 상대방과의 혼인생활을 계속할 것을 바라고 있으므로 부부 사이에 혼인을 계속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있다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또한 부부 사이에는 동거, 부양 및 협조의무가 있으므로 혼인생활을 함에 있어서 부부는 서로 협조하고 애정과 인내로써 상대방을 이해하며 보호하여 혼인생활의 유지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바, 혼인생활 중 일방이 질병에 걸렸다면 상대방은 그 일방을 보호하고 애정과 정성을 다하여야 할 것이고, 다른 방법을 찾는 등 애정을 가지고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을 다하여야 할 입장에 있는 것이어서 그러한 사유도 이혼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A 씨는 B 씨의 무지함으로 인해 대화 단절로 고충을 느낄 수 있겠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여러가지 솔루션을 제안해서 보완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때로는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실망하게 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만약 부모님이 노쇠하시고 아프고 병들고 치매로 인지능력이 저하되어 상식이 없다고 부모님을 버릴 수 있을까요?
서로 평생을 함께하기로 약속한 부부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부는 서로 의지하고 부양하고 협조해야 할 법적인 의무가 있습니다. 법적인 의무를 떠나 도의적으로 당연히 서로 애정으로 도와야 합니다.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약속과 합의는 지켜져야 할 것입니다. 장차 태어날 자녀 교육에서도 육아와 교육은 어머니 혼자 하는 것이 아닌 부부가 함께 해야 할 몫이므로 두 사람이 노력한다면 어려움이 없을 것입니다.
※[법알못]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피해를 당한 사연을 다양한 독자들과 나누는 코너입니다. 사건의 구체적 사실과 정황 등에 따라 법규정 해석에 대한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답변은 일반적인 경우에 대한 변호사 소견으로, 답변과 관련하여 답변 변호사나 사업자의 법률적 책임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갑질이나 각종 범죄 등으로 피해를 입었거나 고발하고픈 사연이 있다면 jebo@hankyung.com로 보내주세요. 아울러 특정인에 대한 비난과 욕설 등의 댓글은 명예훼손, 모욕이 될 수 있습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