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을 폭행해 아이큐(IQ) 55의 지적장애를 입게 만든 전직 야구선수 A씨(40)가 4일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월 형을 선고받았다.
법원 "피해자 측 엄벌 탄원 고려"…피해자 아내 청원으로 알려져
수원고법 제 1형사부(부장판사 노경필)는 4일 폭행치상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징역 1년의 원심판결을 깨고 6개월의 형량을 더하는 선고를 내렸다.재판부는 "이 사건에 이르게 된 경위나 당시 상황, 피고인이 범행 후에 보인 태도, 피해자가 입은 피해의 정도, 피해자 측이 엄벌을 탄원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1심의 형이 적다고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A씨는 2018년 3월 19일 오후 6시 15분께 지인 B씨와 술을 마시다 말다툼하던 중 그의 얼굴을 손으로 때려 아스팔트 바닥에 머리를 부딪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전치 16주의 외상성 뇌경막하출혈의 중상해를 입었다. 이로 인해 지능이 저하됐으며, 이제는 이전의 상태로 회복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당시 A씨는 B씨가 혼자 쓰러졌고 폭행은 없었다고 거짓 진술을 했으며, 사건 당시 B씨의 중상해를 예견할 수 없었다는 취지로 단순 폭행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이 열렸던 지난 2020년 8월 12일 수원지법 평택지원은 사람의 머리는 생명과 직결되는 중요부위며 또 B씨가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상황이 충분하다며 A씨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이 사건은 1심 선고 뒤 B씨 아내가 '한순간에 일반인이 아이큐 55의 지적장애인(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이 된 저희 남편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글을 국민청원에 올리면서 이목을 끌었다.
청원인은 "사건 당일 남편은 가해자를 비롯한 지인과 술자리를 했는데, 사소한 실랑이가 생겨 가해자가 남편의 얼굴을 가격했다"며 "그는 야구를 하다가 어깨부상으로 은퇴한 덩치가 크고 힘이 좋은 남성으로, 제 남편은 시멘트 바닥에 쓰러지며 머리를 부딪쳤다"고 적었다.
이어 "남편은 빠른 수술로 운 좋게 살아났지만, 아이큐 55로 지적장애 판정을 받아 직장을 잃었고, 가정은 파탄의 지경에 이르렀다"며 "지금껏 가해자로부터 진정한 사과나 병원비조차 받아보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해자는 병원에서 수술실에 들어가는 남편을 보고도 폭행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술에 취해 혼자 어디에 부딪힌 거 같다'고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고 했다.
현재 청원이 종료된 이 글은 총 18만9000여명의 동의를 받았다.
이후 A씨는 지난달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죄송하다"며 "어떻게 해서든 피해 보상을 하겠다"고 최후 진술을 했다. 그는 법원에 1000만원의 공탁금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A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은 오는 2월3일에 열릴 예정이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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