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노사는 4일 ‘성과급 논란’과 관련한 협의를 진행했다. 지난달 28일 SK하이닉스가 지난해분 성과급을 ‘연봉의 20%’로 공지하자 직원들은 “산정 기준이 불투명하다”며 반발했다. 지난 1일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CEO) 등이 잇따라 ‘유감’을 표명했지만 직원들의 불만은 진정되지 않고 있다.
이날 협의에 사측과 한국노총 산하 이천·청주공장 전임직(생산직) 노조가 참석했다. 노사는 △성과급 산정기준·공개범위 △최 회장이 반납한 연봉 활용 방안 등을 논의했다. 대졸 공채 직원을 뜻하는 ‘기술사무직’으로 구성된 민주노총 소속 노조는 협상 테이블에 앉지 못했다. 정식 교섭단체로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술사무직 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임원이 성과급률을 조정할 수 있는 ‘셀프디자인제도’ 개선, ‘성과급 산정방식 투명화’ 등을 요구했다.
성과급 논란은 다른 기업으로 번지고 있다. 초과이익분배금(OPI) 지급률이 40% 미만으로 결정된 삼성전자 일부 사업부에선 “역대 최대 수준의 영업이익을 냈는데도 성과급이 실망스러운 수준”이라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지난해까지 한지붕 아래 있었던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 간에는 서로의 성과급 잠정안(LG화학 300~400%, LG에너지솔루션 245%)을 비교하며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SK텔레콤 노동조합은 최근 위원장 명의로 박정호 사장(CEO)에게 “작년보다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성과급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각 그룹 부품·소재 계열사에선 직원들이 ‘우리는 후자(後子)’라며 자조 섞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사명에 ‘전자(電子)’가 붙은 간판기업보다 턱없이 적은 성과급을 손에 쥐게 됐기 때문이다. 삼성에선 삼성디스플레이 12%, 삼성SDI 배터리사업을 하는 에너지부문은 3%, 삼성엔지니어링은 2%로 OPI 지급률이 결정됐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도 손실을 기록해 성과급이 없다. 최근 ‘물 절약 캠페인’이 없어지면서 수압이 높아진 것에 빗대 ‘성과급 대신 성과수(水)’를 받았다는 얘기까지 돌고 있다.
단순히 ‘금액’의 문제가 아니라 ‘소통’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전기는 OPI 지급률이 14% 수준이지만 큰 잡음이 없다. 경계현 삼성전기 사장 등 주요 경영진이 매주 여는 ‘직원과의 대화’에서 OPI에 대해 스스럼없이 얘기하며 비교적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황정수/최만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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