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검찰에 남아 있는 직접수사권을 모두 떼어 내 ‘중대범죄수사청’(가칭)으로 넘기기로 가닥을 잡았다. 검찰 ‘힘 빼기’ 작업의 일환으로, 일각에선 신설될 중대범죄수사청의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민주당 검찰개혁특별위원회 관계자는 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대체로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자는 의견”이라며 “이름을 어떻게 붙일지는 모르겠지만 별도 기관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현재 검찰에 남아 있는 직접수사 대상인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 참사)를 떼어 내 별도의 수사청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민주당은 검찰 권력 축소의 일환으로 부패 등 6개 분야에만 검찰의 직접수사를 허용하는 식으로 법을 개정했다. 하지만 검찰이 수사 인력을 줄이지 않는 등 민주당 내에서 불만이 제기됐다. 중대범죄수사청이 신설돼 검찰에 남은 6개 분야 수사권을 가져오면 검찰은 직접수사권 없이 사실상 기소권만 갖는 기관으로 전락한다. 6대 범죄 외 나머지 일반 범죄 수사는 경찰청 산하 국가수사본부, 3급 이상 고위 공직자 비리 수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각각 담당한다.
신설되는 중대범죄수사청을 어디 소속으로 둘지는 쟁점이다. 특위 소속 한 의원은 “총리실·행정안전부·법무부 등 어디 소속으로 둘지 여부는 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신설될 중대범죄수사청을 법무부에 두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공수처처럼 아예 독립된 기관으로 두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연방수사국(FBI)은 법무부, 영국 국가범죄수사국(NCA)은 내무부 소속이다.
신설되는 중대범죄수사청이 정치적 중립성 및 독립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공수처에 이어 또 다른 옥상옥 권력기관이 하나 더 만들어지면 막대한 예산 낭비를 초래할 것이란 비판이다. 오랜 세월 축적된 검찰의 중대 범죄 수사 능력을 한순간에 사장하는 것이 큰 손실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헌법이 검찰에 수사권과 수사 지휘권을 부여했는데, 수사 권한을 무력화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김종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검찰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내용의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이달 발의해 상반기 내 통과시킬 계획을 밝혔다. 김 최고위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검찰개혁특위 내에 수사·기소 분리 문제만을 위한 입법안을 만드는 소위(원회)가 있다”며 “검찰개혁특위 전체에서 설정하고 있는 목표는 이달에 반드시 발의하자는 것”이라고 전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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