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한·미동맹, 동북아의 린치핀"…인도·태평양 전략서 韓 빠지나

입력 2021-02-04 17:43   수정 2021-02-05 01:00


문재인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전화 회담을 하고 한·미 동맹, 한반도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협력을 재확인했다.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미얀마 사태를 둘러싼 미·중 갈등, 대북정책 등 각종 현안에 대한 기본적인 접근 방식 차로 인해 양국 간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희망의 하나가 한국”
문 대통령은 4일 바이든 대통령과 취임 후 처음으로 전화통화를 했다. 이날 통화에서 두 정상은 한·미 동맹 재확인, 한반도평화 프로세스 협력, 정상회담 개최 등에 합의했다.

‘미국의 귀환’을 알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도 한·미 동맹을 최우선 순위로 꼽았다. 문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연설에서 “전례 없는 도전을 이겨내고 희망으로 가득 찬 미국 이야기를 완성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고 하자 바이든은 “그 희망의 하나가 한국”이라며 “한·미 양국 관계는 70년간 계속 진전이 있었고, 앞으로 더 많은 분야에서 이런 관계의 강화를 기대한다”고 답했다.

한·미가 역내 평화·번영의 핵심 동맹임도 재확인했다. 강 대변인은 “가치를 공유하는 책임 동맹으로서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 협력을 넘어 민주주의·인권 및 다자주의 증진에 기여하는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한·미 동맹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미뿐만 아니라 한·미·일 관계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강 대변인은 “한·일 관계 개선과 한·미·일 협력이 역내 평화와 번영에 중요하다는 데 공감했다”고 전했다.

후순위로 밀렸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도 주요 안건으로 재부상했다. 지난해 통화에서 바이든 당선인은 대북정책과 관련해 ‘하나의 도전’으로 북한을 규정했을 뿐 ‘북핵 문제’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가급적 조속히 포괄적인 대북 전략을 함께 마련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 한국의 독자행보를 견제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美, 한국 배려했나…반중 정책은 여전
이날 백악관이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의 핵심축(린치핀·linchpin)인 한·미 동맹 강화에 대한 약속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가 양 정상이 ‘인도·태평양 지역 협력’을 거론했다고 전한 것과 차이가 있다. 통상 한국 정부는 한·미 외교에서 ‘역내’ ‘동북아지역’ 등을 선호한 반면 미국은 ‘인도·태평양’이란 말을 주로 써왔다. 인도·태평양 지역을 강조하는 것은 이 지역 안정을 위협하는 국가로 꼽히는 중국에 대한 견제에 한국의 동참을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통화에서 바이든 당선인이 인도·태평양 동맹의 린치핀 역할을 주문해 ‘반중(反中) 전선’ 참여를 우회적으로 압박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몇 달 새 한국이 인도·태평양에서 제외된 것을 놓고 미국의 한·미 동맹 전략에 변화가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가 “미얀마, 중국 등 기타 지역 정세에 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고 발표한 것과 달리 백악관 발표에는 중국 관련 언급은 없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의 통화와 지난달 있었던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의 통화에서는 호주와 일본을 각각 인도·태평양 동맹의 앵커(닻)와 코너스톤(주춧돌)으로 칭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중국과의 관계를 신경쓸 수밖에 없는 한국을 미국이 배려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얀마 사태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고 민주적·평화적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는데 이는 결국 중국과의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문제여서다. 비상사태를 선포한 미얀마 군부는 중국과 관계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미얀마의 민주화는 버락 오바마 정부의 레거시(유산)인 만큼 바이든 정부에서 미·중 갈등의 새로운 핵심이 될 수 있다”며 “군부 제재 등에 대한 동맹국의 적극적 동참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미얀마 문제는 바이든 대통령이 먼저 언급했다”며 “중국 문제에 대해서는 협의해 나가자는 정도지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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