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학계는 재난지원금 효과가 크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규모를 너무 확대하면 적자 국채 발행 확대로 시장금리가 상승해 민간의 소비·투자가 위축되는 이른바 ‘구축효과’ 부작용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KDI와 학계는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재난지원금을 주더라도 자영업자 등을 대상으로 한 선별지원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4일 한국경제학회 주관으로 열린 ‘2021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는 긴급재난지원금 효과를 놓고 엇갈린 분석이 나왔다. 이우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의뢰로 작성한 ‘1차 긴급재난지원금이 가구 소비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서 “1차 재난지원금 14조3000억원 가운데 9조3000억원~11조1000억원가량이 작년 2~3분기 소비로 지출됐다”고 추정했다. 재난지원금의 한계소비성향(새로 늘어난 소득 가운데 소비로 지출한 금액 비중)을 65.4~78.2%로 추산한 것이다.
하지만 이날 학술대회 참석자들 사이에선 “이 보고서가 재난지원금 효과를 과대평가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하면서 작년 1분기에 소비심리가 최악으로 떨어졌다가 2분기부터는 심리가 살아나면서 소비도 다소 회복된 점을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경기연구원(29.1%) KDI(26~36%) 등 이날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다른 기관들은 재난지원금의 한계소비성향을 이 교수의 보고서보다 훨씬 낮게 봤다.
학계에선 “구축효과를 고려할 때 재난지원금의 파급효과가 예상보다 작다”는 분석도 내놨다. 정부가 재난지원금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국채 발행을 확대하면 시장금리가 상승해 민간의 소비·투자 활동이 위축된다는 지적이다.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을 보편지원으로 할지, 선별지원으로 할지를 두고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경기연구원은 ‘1차 재난지원금의 소비 진작 효과’ 보고서에서 “소비 진작 목적의 재난지원금을 설계할 때는 선별적 지급보다는 보편적 지급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KDI는 ‘1차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의 효과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피해업종 종사자에 대한 직접적인 소득 지원이 요구된다”며 선별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금융위원회와 여당이 추진하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빅브러더(개인의 정보를 독점하고 사회를 통제하는 권력)법’이라는 비판이 제기돼 눈길을 끌었다. 양기진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빅테크 내 전자지급거래의 청산집중 의무에 관한 검토’ 보고서에서 “개정안이 통과되면 금융결제원은 전자지급거래 관련 개인정보를 제약 없이 수집할 수 있게 된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양 교수는 개정안 내용 가운데 ‘전자지급거래 청산의무’ 조항(제36조의9)을 대표적 독소조항으로 꼽았다. 이 조항은 네이버 등 전자금융업자의 전자지급거래 정보를 금융결제원에 제공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개정안이 처리되면 금융결제원은 네이버페이 포인트 등으로 물건·서비스를 사들인 개인들의 거래 정보를 개인정보 제공·활용 동의 없이 무단으로 수집할 수 있게 된다는 지적이다.
김익환 기자 l 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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