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퍼주기’에 가장 적극적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다. 홍 부총리는 지난해 내내 ‘재난지원금 보편 지급 주장’에 반대했다. “재정이 한정적인 만큼 필요한 곳에 선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홍 부총리의 소신이다. 대다수 경제학자가 지지하고 있는 입장이다.
올 들어선 바통을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이 이어받았다. 김 차관은 지난달 20일 “자영업 손실보장을 법제화한 해외 사례를 찾기 어렵다”고 했다. 이에 정세균 국무총리가 “개혁 과정에는 항상 저항 세력이 있다.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고 몰아붙이자, 홍 부총리가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며 김 차관을 옹호하고 나섰다. 그는 “나라곳간지기 역할은 국민께서 (기재부에) 요청하는 준엄한 의무”라고도 했다.
홍 부총리는 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 및 선별 지급 병행 방안’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홍 부총리는 “재정 운영상 ‘많을수록 좋다는 다다익선(多多益善)’보다는 ‘필요한 곳에 지원하는 적재적소(適材適所)’의 가치가 매우 중요하고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대표뿐 아니라 이재명 경기지사의 ‘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 및 ‘기본소득 지급’ 주장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지난 4일엔 안일환 2차관도 전선에 동참했다. 안 차관은 “미래 세대의 부담인 국가채무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재정지출의 불가역성을 경고한 일본의 ‘악어 입 그래프’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악어 입 그래프’는 악어가 입을 벌렸을 때 모양처럼 지출은 계속 늘어나고, 세수는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를 의미한다. 일본이 복지 확대와 경제 회복 등을 위해 재정 투입을 늘려 국가채무는 급증했지만 재정 수입은 줄어든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일본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1977년 32%에서 2019년 220%로 뛰었다.
안 차관은 특히 “당면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과 함께 미래세대가 감당할 수 있는 나라 살림을 지켜야 하는 과업을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한정된 재원을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재부 장·차관들은 여권 대선 주자들의 포퓰리즘 정책 남발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서로 힘을 실으며 저항하는 모습이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홍 부총리와 차관들의 발언은 국고를 책임지는 기재부 공무원이라면 누구든 부정할 수 없는 원칙”이라며 “현안에 대해 다 함께 소신을 지켜나가는 모양새로 기재부 공무원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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