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5일 "공익신고자 보호법상 공익신고내용이 직무상비밀에 대한 경우라도 누설을 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다”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법무부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금금지 의혹 사건 관련 신고자를 기밀누설로 고발하는 것 관련해 "권익위는 신고자 보호가 기본적인 입장”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법 규정 적용에 있어서는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따져봐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14조 3항은 "공익신고 등의 내용에 직무상 비밀이 포함된 경우에도 공익신고자 등은 다른 법령,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에 따른 직무상 비밀준수 의무를 위반하지 아니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돼있다. 이 때 공익신고 기관인 권익위에 신고한 내용이 비밀이 포함된 경우 당연히 보호하지만 그 외의 기관이나 언론에 보도된 내용도 보호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수사과정 등을 통해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살펴봐야 알 수 있어서다.
전 위원장은 "다른 정부 기관들이 비밀누설로 보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보다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한 법률 검토와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권익위는 중립성, 공정성 논란에 자주 휩싸였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아들 군 특혜의혹,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등 여권 관련 이슈가 터졌을 때 공익신고자 보호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전 위원장은 "위원장이 정치인 출신이라고 중립성 위반, 공정성 논란을 주장하는 것이야 말로 중립성 위반"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익신고자 선정이 늦어진 것은 일반적으로 부르는 공익신고자와 권익위가 인정하는 공익신고자의 위치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권익위가 인정하기 위해서는 법에 규정된 법위반행위를 일정한 형식(신고자 인적사항, 신고취지, 증빙자료 등)을 갖춰 적법한 신고기관에 해야 하는데 이를 충족하는지를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전 위원장은 "이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 공익신고자 선보호, 후검토 체계로 정비하려고 한다"며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공익신고자를 더 많이 보호하기 위해서 신고사건에 대해 자체적으로 조사권을 가지는 것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사권이 없어 각 대상의 소속기관에 사실관계를 물어 판단할 수 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편파적이란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그는 "공수처 출범으로 더 많은 신고가 예상되는데 신고자만 조사할 수 있고, 피신고자는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 무고, 허위, 명예훼손 등의 여지를 막을 수 없다"며 “사실 규명을 할 수 있고, 피신고자 의견도 들어서 1차적으로 거를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학의 사건이 공수처로 이첩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고위공직자가 수사대상이 되는 범죄를 저질러서 수사의 필요성이 있으면 공수처, 검찰 등 수사기관에 이첩해야 한다”는 강제규정이 있다"며 "검토 후 해당하면 이첩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취임 7개월차에 접어든 전 위원장은 의대생 국가고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다고 했다. 국가고시를 보는 것으로 결론 났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들과 의료계의 갈등이의 갈등이 충분히 풀리지 못했다고 봤다. 그는 "시간이 부족해서 국민과 의료계의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며 "정책적 측면에서도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가져왔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목표를 묻자 2022년까지 국가청렴도(CPI) 세계 20위 진입을 꼽았다. 올해 한국은 100점만점에 61점을 받아 180개국 중 33위를 기록했다. 작년 59점에서 1년만에 역대 최고점수를 경신했다.
전 위원장은 "국가청렴도가 크게 개선 된 것은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추진한 반부패·공정 개혁의 노력 덕분"이라며 "반부패·공정 개혁 과제 추진에 더욱 정책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 이해충돌 방지법안을 제정하고 공수처와 협업체계를 구축해 고위공직자가 연루된 권력형 부패를 엄단할 것"이라며 "정부 신뢰도를 저해하는 민·관 유착 등 불합리한 관행을 뿌리 뽑고, 준법경영·공정거래 등 민간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도록 제도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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