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함에 따라 다른 금융시장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던 달러 가치는 강세로 돌아섰다.
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가장 큰 요인은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여력이 바닥나 재정 역할이 보다 중시되면서 적자 국채 발행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미국은 재닛 옐런 재무장관의 큰 행동전략(act big), 한국은 코로나 사태에 따른 피해 보상 차원에서 적자 국채 발행안이 검토되고 있다.
울트라 금융완화 정책의 후유증으로 기대인플레이션이 오르는 것도 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요인이다. 미국의 기대인플레이션은 물가 목표치인 2%를 웃돌고 있다. 작년 9월 미국 중앙은행(Fed) 회의에서 평균물가목표제를 도입하지 않고 물가수준목표제를 그대로 유지했다면 ‘테이퍼링’을 추진해야 한다는 논쟁이 거세질 수 있는 수준이다.
특정국에서 금융시장의 효율성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기준금리와 시장금리 간 체계가 유지되고 잘 작동돼야 한다. 2004년 이후처럼 기준금리를 올려도 시장금리가 내려가는 ‘그린스펀 수수께끼’가 발생하거나, 최근처럼 기준금리를 내려도 시장금리가 오르는 ‘파월 수수께끼’가 나타나면 중앙은행은 당혹스럽고 시장 참여자는 혼란스러워진다.
오히려 코로나 사태 직후보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더 위험할 수 있다. 시장금리 상승세에 맞춰 기준금리를 올리다간 경기와 고용시장이 더 침체되는 ‘에클스 실수’를 범할 수 있다. 시장금리를 안정시키기 위해 기준금리를 더 내리면 자산 거품을 키워 또 다른 위기를 야기하는 ‘그린스펀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아진다.
두 실수를 저지를 확률이 공존하는 지금과 같은 여건에서 Fed가 어떤 행로를 걸을 것인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통화정책 목표와 우선순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Fed는 2012년부터 전통적 목표인 ‘물가 안정’에다 ‘고용 창출’을 더해 양대 책무로 설정했다. 양대 목표가 충돌할 때는 후자에 더 우선순위를 둬 통화정책을 운용해왔다.
현재 실업률은 고용 목표를 2배나 웃돌고 있다. 더 우려되는 것은 성장률과 실업률 간의 정형적인 역관계가 코로나 사태 이후 직장에서 완전히 쫓겨나가는 영구 실업자가 급증해 성장률이 높아지더라도 실업률이 떨어지지 않는 ‘더 거친 고용 창출 없는 경기회복’ 구조로 악화되고 있는 점이다.
최근처럼 우선순위를 두는 고용 목표가 달성되지 않는 여건에서 기대인플레이션과 국채 금리가 상승하고 자산 거품이 우려된다고 하더라도 Fed가 금융완화 기조를 변경하는 것은 쉽지 않다. ‘통화정책의 불가역성’으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주장했던 ‘경제 정상화 역설’의 근거이기도 하다.
문제는 금융완화 기조가 지속될 경우 더 올라갈 확률이 높은 기대인플레이션과 국채 금리 상승세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미세 조정이 필요한 대목으로 Fed는 작년 9월 채택한 평균물가목표제와 금융위기 이후 3단계 양적완화 조치였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로 조정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평균물가목표제에서는 코로나 이후 물가가 목표선을 밑돈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웃도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용인해 당장 긴축으로 돌아서지 않는다. 오퍼레이션 트위스트의 경우 재정정책상의 ‘페이고’와 마찬가지로 단기 국채를 매각한 재원으로 장기 국채를 매입하면 유동성은 늘리지 않고 장기 국채 금리를 안정시킬 수 있다.
최근 들어 국채 금리 상승과 함께 주식시장에서 가장 우려하는 테이퍼링이 추진될 가능성은 작다. 코로나 사태 이후 소극적으로 대처한 한국은행이 부동산 대책 등을 의식한 일부 금융통화위원의 주장대로 기준금리를 올리다간 경기 침체로 이어지며 2018년 11월 악몽이 되살아날 가능성이 높다. 지금 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물가수준목표제를 평균물가목표제로 바꿔 놓는 것이다.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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