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난지원금·기본소득에 쏟아진 학계 우려, 정부 듣고 있나

입력 2021-02-07 18:42   수정 2021-02-08 00:11

거대 여당을 중심으로 논의가 활발한 재난지원금·기본소득제·지역화폐 정책을 두고 ‘2021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여러 우려가 쏟아졌다. 참석 학자들은 재난지원금과 관련해 “보편 지원보다 선별 지원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발표 논문의 다수가 재난지원금 중 소비된 돈의 비중(한계소비성향)은 지급된 돈의 20~30% 선에 그쳤다고 분석한 것이다.

경제학자들이 분석한 ‘전 국민 1차 재난지원금’의 한계소비성향은 한국개발연구원(KDI) 26.2~36.1%, 고강혁 고려대 교수팀 24.0%, 이철희 서울대 교수팀 38.4%에 불과했다. 보편 지급을 주장하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싱크탱크 격인 경기개발원 분석에서도 29.1%에 머물렀다. 나머지 70% 정도는 저축이나 부채상환 등에 쓰여 14조300억원의 막대한 투입 재원에 비해 소비 진작 효과는 크지 않았다는 의미다.

소비 효과를 높게 본 연구도 있지만 ‘과대평가’라는 반박에 직면했다. 대통령 직속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의 의뢰를 받은 이우진 고려대 교수팀은 한계소비성향을 65.4~78.2%로 높게 봤다. 하지만 분석 대상인 작년 5월이 코로나19 확산세가 크게 꺾이고 소비심리가 꿈틀한 시기라는 점을 간과했다는 동료 학자들의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저소득층에서 소비 진작 효과가 더 컸다”며 선별 지급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기본소득제 지역화폐 등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기본소득제는 기대와 달리 소득불평등을 되레 심화시킬 것이란 분석이 제시됐다. 재원 마련을 위해 세금을 올리면 생산 등 거시경제지표가 급격히 악화할 것이란 경고도 나왔다. 지역화폐 발행 역시 “도·소매, 음식·주점업 등 소비산업의 고용 증대로 연결되지 않았다”며 경제적 파급 효과를 유발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나랏돈을 화끈하게 더 풀라”며 정치권이 연일 재정당국을 압박 중인 상황에서 경고가 나온 점도 주목 대상이다. 거대 여당은 4월 보궐선거 전에 대규모 ‘보편+선별 재난지원금’ 지급을 끝내야 한다며 ‘비협조적’인 경제부총리의 사퇴까지 거론하고 있다. 여당의 폭주를 막아야 할 야당 역시 유권자 눈치를 보며 갈팡질팡 중이다. 여야는 표 계산에 앞서 경제학계 최대 행사에서 터져 나온 전문가들의 우려부터 챙겨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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