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조 깜깜이 대출'에 은행들 속앓이…신한·우리 순익 10% 급감

입력 2021-02-07 17:50   수정 2021-02-15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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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주요 금융지주가 2조~3조원 넘는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데는 증시 호황 덕분이 컸다. 증권·보험·카드 등 비은행 부문에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하지만 주력인 은행만 놓고 보면 ‘어닝 쇼크’ 수준이다. 주요 5개 은행의 당기순이익이 5년 만에 줄어들었고, 감소폭도 5~10%에 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초저금리가 이어지면서 은행의 수익성이 눈에 띄게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원금·이자 유예 조치로 인해 ‘가려진 부실’과 빅테크(대형 IT기업)의 공습도 남은 변수다. 올해 은행권 경영도 ‘가시밭길’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은행 5곳 순익 일제히 악화
7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5일까지 실적을 발표한 국민·신한·하나·우리·기업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일제히 전년 대비 감소했다. 신한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2조778억원으로 전년 대비 10.8% 줄었다. 은행 다섯 곳 중 감소폭이 가장 컸다. 우리은행도 이 기간 9.45% 줄어든 1조3632억원을 기록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순이익이 2조2982억원으로 전년 대비 5.8% 줄었고, 하나은행도 같은 기간 6.1% 줄어든 2조101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기업은행 순이익은 1조5479억원으로 전년 대비 4.1% 감소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은행마다 대출 자산이 크게 늘었음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결과라는 분석이다. 4대 은행(국민 신한 하나 우리)의 원화 대출 자산은 지난해 대부분 10% 안팎의 증가율을 보였다. 중소기업·자영업자 대출 비중이 높았던 기업은행은 이 기간 원화 대출이 13.13%나 늘었다.

지난해 기준금리가 내리면서 은행의 수익 기반이 악화된 것이 주된 이유라는 게 업계 얘기다. 금리가 떨어지면서 예대마진으로 벌 수 있는 이익에 한계가 생겼다는 설명이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지난해보다 이자 이익이 소폭 늘었으나, 나머지 은행은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은행의 수익 창출력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행이 자산을 운용해 낸 수익에서 조달 비용을 차감한 뒤 운용 자산 총액으로 나눈 수치)은 은행 다섯 곳에서 일제히 떨어졌다.

한 대형은행 관계자는 “저금리하에서는 이자이익을 늘리기 어렵기 때문에 다른 상품 판매를 통한 비이자 이익을 늘려야 하는데 그마저 쉽지 않다”며 “사모펀드 손실 사태 이후 고객들이 펀드 등에 가입하는 것을 꺼리는 데다 최근 직접 투자하려는 움직임까지 늘어나 창구 영업이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은행 중 비이자 이익 규모가 늘어난 곳은 하나은행 한 곳뿐이었다. 지난해 1조1362억원으로 전년 대비 8.7% 늘었다.
올해 가시밭길 어쩌나
은행마다 코로나19 사태 위기와 빅테크의 공습에 대비하기 위해 체질 개선에 나선 것도 실적이 ‘후퇴’한 이유로 꼽힌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을 제외한 은행 네 곳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사이 대규모 희망퇴직을 시행하면서 일시적 비용이 증가했다. 충당금 적립 규모도 지난해 크게 늘렸다. 은행마다 3289억~1조4953억원에 달하는 충당금을 쌓았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충당금 규모가 전년 대비 352.7%나 증가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포스트 코로나와 디지털 금융 가속화라는 두 거대한 태풍이 은행에 한꺼번에 몰려오고 있다”며 “일시적으로 비용을 많이 쓰더라도 ‘털 것은 털고 가야 한다’는 기조가 은행권에 강하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시행한 115조원 규모의 대출 원리금 유예조치도 올해 은행 경영을 불안하게 하는 요소다. 오는 3월까지 유지됐던 유예조치는 한 차례 더 연장될 전망이다. 아직까지 ‘정상여신’이지만 유예조치 종료 이후 잠재적인 부실 규모를 가늠할 수 없다는 게 문제로 꼽힌다. 한 은행장은 “올해는 시장금리가 상승해 수익성이 개선될 여지가 있다”면서도 “5~6월 기업 신용평가가 끝난 뒤 충당금을 더 늘려야 하는 상황이 가장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소람/김대훈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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