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과 규모의 차이만 있을 뿐, 지난해 한국 정부의 재정 적자 증가 흐름도 끝으로 갈수록 더 벌어지는 악어 입 모양을 닮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세수는 줄어드는데 추가경정예산을 네 차례 편성하는 등 쓰는 돈은 늘려 재정 적자가 매달 커졌기 때문이다.
국민연금기금 같은 사회보장성기금을 빼고 실질적으로 정부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지난해 1월 1조7000억원에서 11월 말 98조3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정부는 작년 9월 4차 추경을 편성하면서 이 적자폭이 연말에는 118조6000억원까지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설 연휴를 앞두고 있는 이번주는 지난해 연간 재정적자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통계가 잇따라 공개된다. 기재부가 9일 발표하는 ‘2020년 총세입·총세출 결과’와 10일 내놓는 ‘월간 재정동향 2021년 2월호’가 그것이다. 작년 한 해 동안 정부 총세입과 총세출, 세계잉여금, 국세 수입 등을 확정해 발표한다.
내부거래까지 제거한 작년 총지출 확정치는 오는 4월 국가결산 때 공개되지만, 세수 실적 등을 고려하면 작년 한 해 관리재정수지 적자폭이 정부 전망치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을지 추정해 볼 수 있다.
10일 통계청이 발표하는 ‘1월 고용동향’도 큰 관심을 끈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일단 양호한 수치가 나올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소 누그러졌지만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는 지난달에도 유지됐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최대 감소폭(-62만8000명)을 나타낸 작년 12월보다 개선됐을 가능성은 있지만, 그렇다고 지난달 취업자가 전년 동월 대비 플러스로 전환됐을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정부는 지난해 21만8000명 감소한 취업자 수가 올해 15만 명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소비 심리 개선, 글로벌 교역 확대 등으로 경제성장률이 작년 -1.0%에서 올해 3.2%로 반등하며 고용 상황도 다소 개선될 것이란 기대다. 하지만 새해 벽두부터 취업자가 감소하거나 소폭 증가하는 데 그친 것으로 나올 경우 올해 연간 취업자 증가폭은 정부 전망치에 미달할 가능성이 한층 커진다.
한국은행은 10일 ‘1월 중 금융시장 동향’을 발표한다. 지난해 연간 기준 역대 최대 폭(100조5000억원)으로 급증한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난달에도 이어졌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작년 12월만 놓고 보면 가계대출은 한 달간 6조6000억원가량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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