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없는 말 - 홍일표(1958~)

입력 2021-02-07 17:24   수정 2021-02-08 01:26

새를 열자 아침이 시작되었다
지저귀던 햇살들이 마당에
모여 들었다
서둘러 부화를 말하는 입속에
부리가 노란 봄이 가득해졌다
여러 개의 혀가 파닥거렸다
누설된 색깔들이 사라지고
없는 말들이 자욱해졌다
그가 보이지 않았다
금기어는 심장을 찔러도 피가 나지 않았다

-시집 《중세를 적다》(민음사) 中

새들도 봄이 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부화의 기미가 가득한 부리로 지저귀는 걸 보면 말입니다. 새를 열면 아침이 시작된다는 시인의 전언을 따라 햇살 가득한 마당을 그려봅니다. 햇살이 지저귄다고 믿고 싶을 만큼 마당에는 따뜻한 새들이 모여 들었겠지요. 봄눈이 내렸지만, 하루 만에 금세 녹아내렸습니다. 봄이 오는 방향에서 없는 것들이 곧 나타나겠지요. 그때 내가 몰랐던 ‘없던 말’들이 내 입속의 혀를 굴릴 것입니다. 곧 봄빛이 몸을 열고 쳐들어올 테니까요.

이소연 시인(2014 한경신춘문예 당선자)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