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등장 이후 세계 자동차 업계의 판도는 완전히 뒤바뀌었다. 도요타, 폭스바겐, 현대자동차그룹 등 기존 완성차 업체들은 앞다퉈 전기차로의 전환을 선언하고 테슬라 추격을 시작했다. 전기차 시대의 맨 앞에서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테슬라의 경쟁력에 관심이 쏠린다.
단순히 속도가 빨라서 인기를 끄는 것은 아니다. 테슬라는 “구매 이후에도 꾸준히 진화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선으로 차량 기능을 업그레이드해 주는 ‘OTA(over the air)’ 기능 덕분이다. 스마트폰처럼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해 오류를 바로잡거나 새로운 성능을 추가하는 기능이다.
예를 들어 차량에 장착된 4개의 카메라를 블랙박스로 활용하게 할 수 있다. 제로백을 줄이거나 주행거리를 늘릴 수도 있다. 차량 구매 이후 시간이 지나도 꾸준히 신차를 구매한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셈이다. 기존 완성차 업체들도 OTA를 속속 도입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은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려면 서비스센터를 방문해야 한다.
테슬라는 “차를 만드는 실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주로 받는다. 단차(외관 이음새 등이 벌어지거나 맞지 않는 상태), 페인트칠 불량 등이 자주 거론된다. 그러나 자율주행에 쓰이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차량 부품을 제어하는 전자제어유닛(ECU) 등 차량의 핵심 부품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지난해 초 일본 전문가들은 테슬라의 모델3를 분해해 분석하고는 “테슬라의 ECU가 도요타와 폭스바겐을 6년 이상 앞서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배터리셀을 자체 생산하겠다는 계획도 있다. 테슬라는 배터리시스템은 자체 생산하지만, 배터리시스템에 들어가는 배터리셀을 파나소닉·LG화학·CATL 등으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2022년 배터리셀 생산 목표는 100GWh로 연간 130만 대의 전기차에 들어갈 수 있는 물량이다. 테슬라는 배터리셀을 만드는 기계도 직접 설계해 생산 효율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테슬라의 사업 모델은 단순히 전기차를 많이 팔아 이익을 남기는 것이 아니다. 가까운 미래에는 ‘전기 자율주행차’ 시장을 선점한다는 목표다. 이어 궁극적으로는 자율주행 비행체(PAV) 시장의 문이 열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테슬라가 배터리 기술을 10년 가까이 앞당긴 덕분에 가벼운 동체로 수직 이착륙을 하고 근거리를 날아다닐 수 있는 기술적 토대가 마련되고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이에 대비해 서둘러 사업 구조를 수직계열화하고 있다. 소프트웨어부터 클라우드 시스템, ECU, AI 반도체, 충전소, 통신까지 서비스의 모든 단계를 연결하고 있다.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사업인 ‘스타링크’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구 상공 궤도에 통신위성 1만2000개를 띄워 전 세계에 인터넷을 서비스한다는 계획이다. 현재까지 1000개 이상의 스타링크 위성이 발사됐다. 이를 활용하면 전 세계 고객 차량들의 주행 정보도 분석할 수 있다. 자율주행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는 빅데이터 기반이 되는 것이다.
머스크는 2030년에 연 2000만 대 생산 능력을 갖추겠다는 목표다. 현재(36만5000대)보다 50배 이상 많은 규모다. 세계 자동차 판매 시장의 25% 이상을 장악하겠다는 뜻이다.
박상용/선한결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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