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자동차업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사진)에 대한 평가다. 세계 천재들이 모여드는 실리콘밸리에서도 머스크는 독보적인 인물로 꼽힌다. 기존 시장에서 틈새를 찾는 게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세상을 바꾸고 있어서다.
테슬라는 첫 차를 출시한 지 13년 만에 글로벌 산업지형을 바꾸고 있다. 괴짜들의 장난감, 잘해봐야 보급형 저가차 취급받던 전기차를 차세대 인기 교통수단으로 만들었다. 스마트폰이라는 거대 사업 생태계 문을 활짝 연 애플, 유통업의 중심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꿔놓은 아마존에 이어 글로벌 혁신기업 대표주자로 꼽히는 이유다.
테슬라는 단순한 전기차 판매 회사가 아니다. 석유의 시대를 끝내고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을 이끄는 ‘에너지 플랫폼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아이폰을 통해 새로운 생태계를 조성하고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했던 애플처럼 전기차를 내세워 ‘새 시대(new era)’를 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테슬라는 초반부터 기세를 올렸다. 흔히 예상된 보급형 전기차가 아니라 세계 최초 전기스포츠카를 첫 모델로 택했다. 2006년 나온 로드스터 1세대다. 로드스터 1세대는 10만9000달러(약 1억2250만원)가 넘는 가격이 붙었는데도 세계 30여 개국에서 약 2400대가 팔렸다. 전기차 수요를 확인한 머스크는 2007년 스스로 CEO 자리에 올랐다.
위기도 있었다. 2008년엔 파산 직전까지 몰렸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기업 현금흐름이 확 줄었고, 전기차를 사려는 사람은 뚝 끊겼다. 1주일 버틸 자금밖에 남지 않았던 그해 12월 머스크는 개인 재산 4000만달러(약 500억원)를 테슬라에 쏟아부었다. 그 덕분에 기사회생한 테슬라는 온갖 혁신 기술을 모아 2012년 모델S를 출시했다. 스포츠카가 아니라 세단형 기종을 내놔 수요층을 넓혔다.
테슬라 전기차는 자율주행 비행체(PAV) 시장 문도 두드리고 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훨씬 가벼워질 수 있다. 테슬라가 배터리 기술에 집중 투자하면서 무게가 더 줄어들 전망이다. 가벼운 동체 덕에 도심에서도 수직 이착륙하는 교통수단이 나올 수 있다.
최근엔 시장도 테슬라의 비전에 적극 동의하는 분위기다. 테슬라는 작년 7월 일본 도요타를 제치고 시가총액 기준 세계 자동차업계 1위로 올라섰다. 2010년 기업공개(IPO) 당시 주당 17달러로 거래를 시작한 주가는 지난 5일 852.23달러로 50배 넘게 뛰었다.
머스크는 ‘모빌리티 혁신’을 지구와 우주 ‘투 트랙’으로 벌이는 모양새다. 테슬라보다 앞서 2002년 직접 창업한 민간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를 통해서다. 인류 일부를 화성에 이주시키는 게 목표다. 2017년엔 로켓을 재활용해 다시 쏘아올리는 데 성공했다.
스페이스X는 2026년에는 사람을 태운 화성 탐사선을 발사할 계획이다. 성공한다면 인류의 생활터전과 시장이 지구를 넘어 우주까지 확장된다. 이를 통해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2018년 2월 머스크는 테슬라의 전기차 로드스터를 로켓에 실어 우주로 보내면서 차 계기판에 “당황하지 마세요”라고 써 붙였다. 그가 10대 시절 읽으며 우주에 대한 꿈을 키운 책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 나온 구절이다. 앞으로의 행보에 당황하지 말라는 메시지일까. 세계는 몽상을 현실로 옮기는 이 혁신적인 기업가를 지켜보고 있다.
박상용/선한결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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