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된 여의도 아파트…이대로 두면 안전 위협"

입력 2021-02-08 17:34   수정 2021-02-09 00:38

“50년 된 여의도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안전을 위협받는데도 정부는 집값이 들썩일까 봐 무서워 정비사업을 지체하고 있습니다. (시위하기 위해) 머리에 띠라도 둘러야 하는 것인지 답답한 심경입니다.”

채현일 서울 영등포구청장(사진)은 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주민의 안전·생존권과 직결되는 여의도 아파트 정비사업에 대해 대승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의도동 16개 아파트(91개 동, 8086가구) 가운데 14개 단지는 정밀 안전진단에서 D등급 이하를 받았다. 1971년 준공된 여의도 시범아파트와 삼부(1975년), 광장(1978년) 아파트가 모두 D등급이다. 1977년 준공한 목화아파트는 최근 최하등급인 E등급(불량)을 받았다. 정밀 안전진단에서 D등급 이하를 받으면 ‘건물 구조가 안전하지 못하다’는 점이 입증된 것이어서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다. 하지만 여의도 재건축은 2018년 서울시가 ‘여의도 마스터플랜(통합개발계획)’을 발표한 뒤 집값 상승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전면 보류된 상태다.

정부가 최근 역세권·준공업지역·저층 주거지 위주로 공공주택 복합사업을 발표했지만, 노후화로 주민 안전이 위협받는 주거지역에 대한 개선책도 필요하다고 채 구청장은 강조했다. 그는 “아파트가 오래돼 녹물이 나오고 각종 시설은 노후화된 데다 인근 학교와 공원 등도 재건축을 염두에 두고 투자를 하지 않아 열악한 환경”이라며 “반포 등 강남은 개발하면서 여의도는 방치하는 것은 역차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여의도는 정치와 금융, 교통 중심의 위상을 살려 미래도시로 탈바꿈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등포동 문래동 양평동 등 중·소규모 공장이 밀집한 준공업지역과 관련해선 “올해부터 개발사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영등포 준공업지역 면적은 5.03㎢로 서울 전체 준공업지역의 25%를 차지한다. 채 구청장은 “도심 주택 공급을 위한 정부의 준공업지역 정비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며 “지역별로 문화적 전통을 접목해 ‘핀셋형 소규모 도시재생사업’을 하는 방향으로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영등포역 일대 노후지역이 2027~2028년이 되면 복합주거단지로 완전히 탈바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구의 숙원사업이던 영등포역 집창촌과 쪽방촌 일대 정비사업을 지난해 확정했기 때문이다. 쪽방촌 정비사업은 ‘포용적 주거복지’의 표준모델이 될 것이라고 채 구청장은 강조했다. 채 구청장은 “밀어붙이기식 개발사업으로 과거 ‘용산 4구역’ 사태가 재발하면 안 된다”며 “영등포 쪽방촌 사업은 기존 거주자에게 영구임대주택을 주고 지역주민을 위한 편의시설을 설치해 새로운 공공주거개발 모델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하수정/배정철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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