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일론 머스크를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로 알고 있지만 테슬라 못지않게 우주 탐사도 그에겐 중요한 꿈이다. 머스크는 2002년 “화성에 인간을 보내겠다”는 야심 찬 선언과 함께 스페이스X를 세웠다. 세상은 괴짜 천재의 망상 정도로 치부했고 개발 지연과 폭발 사고가 잇따르면서 스페이스X의 파산설은 끊이지 않았다. 테슬라 투자자들이 머스크에게 “스페이스X에서 손 떼라”고 요구할 정도였다. 하지만 머스크는 꿈을 하나씩 실현하며 인류의 새로운 미래를 그려가고 있다.
크루 드래건은 혁신의 집약체로 평가받는다. 기존 우주선과 달리 전적으로 자동 운항하고, 테슬라 전기차처럼 버튼 대신 터치스크린으로 조작한다. 민간 기업이 개발한 우주선이 얼마나 혁신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비행사들이 입은 우주복은 과거의 둥근 헬멧, 뚱뚱한 모양의 우주복과 달리 몸에 착 붙고 편리한 일체형으로 3차원(3D) 프린터를 활용해 제작했다.
스페이스X의 궤적은 지도에 없는 길이었다. 스페이스X의 ‘드래건’은 민간 기업이 만든 최초이자 지금까지도 유일한 우주 화물선이다. 스페이스X는 NASA에 의해 국제우주정거장(ISS)에 화물을 수송하는 사업자로 선정됐고, 세계 최초로 로켓을 회수해 다시 발사하는 데도 성공했다. 시장은 2014년 120억달러였던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를 지난해 1000억달러(약 112조원)로 평가했다. 비상장사인 스페이스X는 자금력이 탄탄하기 때문에 기업공개(IPO)를 통한 자금 조달이 필요 없다고 밝혔다. CEO 겸 최고기술책임자(CTO)인 머스크는 스페이스X의 지분 54%를 보유하고 있다.
우주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세웠지만 머스크는 아직 만족하지 못한다. 2030년 안에 지구인이 거주하는 화성 식민지를 세우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그는 우주 학술지 뉴스페이스에 기고한 글에서 “엄청난 위험과 큰 비용이 수반되겠지만 인류를 다(多)행성 종족으로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머스크는 ‘화성을 점령하라’고 쓰인 티셔츠를 즐겨 입는다.
그의 꿈은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몇 년 뒤 스페이스X의 ‘스타십’이 완성되면 우주가 더 가까워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스페이스X가 만들고 있는 대형 우주선 스타십은 사람과 화물을 태우고 화성을 오갈 수 있으며 재사용도 가능하다. 여러 물건을 함께 싣는 방식으로 비용을 대폭 줄이고, 재사용을 위해 바다 위에 발사 기지를 세우려 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스타십이 우주시대를 여는 혁신적인 플랫폼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머스크는 미지수라는 뜻이 있는 알파벳 ‘X’를 유독 좋아한다. 스페이스X의 원래 회사명엔 탐험을 뜻하는 영어단어 ‘exploration’이 들어가고, 지난해 아들이 태어나자 X를 넣은 독특한 이름도 지어줬다. 머스크가 뿜어내는 에너지는 시장의 기존 규칙을 파괴하고 세상을 바꾼다. 미지의 우주를 향한 이 혁신적인 기업가의 질주는 어디까지일까.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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