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시장은 연초부터 현대차그룹과 애플과의 협력설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애플이 협력 대상으로 현대차를 우선 낙점했다가 생산 여건을 고려해 기아로 변경했다는 등 관련 보도들이 수없이 쏟아졌다. 최근에는 현대차그룹과 애플의 계약 '임박설'과 '결렬설'이 하루 차이로 보도돼 업계 안팎의 혼란이 가중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애플이 일본 내 6개 기업과 접촉을 시도했다는 내용의 보도가 현대차그룹과 애플간 협상 결렬설에 힘을 실었다.
이날 현대차·기아가 공시를 통해 애플과의 협의가 중단됐다고 밝히면서 현대차그룹과 애플 간 연합설은 다소 힘이 빠지는 모습이지만 향후 협력 가능성에 대한 업계의 관심은 이어질 전망이다. 현대차·기아가 '자율주행차량'에 대한 협의 중단만 언급한 만큼 '애플카' 부문의 협력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애플카 관련 소식에 매번 업계의 촉각이 곤두서는 이유는 그만큼 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자체 OS(운영체제)를 기반으로 휴대폰부터 컴퓨터, 전자시계 등 모든 전자기기를 관통하는 광범위한 서비스 생태계를 구축한 애플이 전기차 시장에서도 이를 무기로 경쟁 우위를 점할 것이란 평가다.
애플은 과거의 성공담에서와 같이 기존 생태계와 이어지는 OS를 자동차에도 탑재해 더 강력하고 폐쇄적인 생태계를 형성할 것으로 점쳐진다.
전기차가 스마트폰에 이어 첨단기술의 플랫폼이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바퀴 달린 아이폰'의 등장에 자동차 업계는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
일례로 애플카에서는 아이폰 없이도 통화, 메시지 등 모든 것을 해결 가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차가 또 하나의 큰 스마트폰이 되는 것이다. 애플이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부품 수가 3분의 1 수준인 데다 전자제어 기술 비중이 큰 전기차를 향후 미래 먹거리로 선택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와 관련 마이클 램지 애플의 자동차 및 스마트 모빌리티 부문 부사장은 이날 미국 CNBC 보도를 통해 "애플의 생태계가 자동차에 통합될 수 있다"며 "애플이 생산하는 아이폰 등이 완벽하게 자동차에 구현될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앞서 김귀연 흥국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과 애플과의 협력설이 제기된 당시 "애플과 밸류체인 공유만으로도 현대차그룹의 브랜드 가치의 상승이 가능하다"며 "현대차가 만드는 애플카가 2025~2027년 양산될 경우 현대차는 10만~50만대의 시장점유율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고 분석한 바 있다.
미국 주요 자동차 업체들의 대규모 투자 소식도 전기차 업계가 긴장의 끊을 놓을 수 없는 요소다. 평소 친환경차 정책을 강하게 주장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한 만큼 세계 3대 전기차 시장인 미국 시장 내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점쳐지면서다.
최근 미국 1위 자동차 업체인 GM은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하고 전기차 업체로 변신을 선언했다. GM은 2023년까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에 270억달러(약 30조2100억원)를 투자하고, 2025년까지 30종의 전기차를 전 세계에서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의식한 미국 2위 자동차 업체 포드도 최근 '전기차 올인' 기조를 선언하며 대규모 투자계획을 내놨다. 포드는 "2025년까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에 290억달러(약 32조44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 '바이 아메리칸'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정부기관 차량은 미국산 전기차로만 교체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었다. '바이 아메리칸'은 연방정부가 납세자의 세금으로 공공물품을 조달할 때 미국산 제품을 우선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연방정부는 미국에서 생산되거나 미국산 부품이 적어도 50%이상 사용된 차량만 구매해야 한다. 미국 정부가 전기차 구매시 미국산 전기차에 한해 보조금이나 판매 장려금 지급을 검토하고 있는 점도 미국 자동차 업체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미국 전기차 시장은 유럽, 중국과 달리 그간 친환경차 산업에 유독 보수적이었던 탓에 성장 여력이 큰 시장으로 꼽힌다. 크나큰 정책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자동차 업체들의 본격화된 움직임이 위협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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