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조합의 조합원들이 조합의 재산상태 등을 검사하기 위해 회계장부에 대한 열람·등사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충북 제천의 A영농조합법인 조합원들이 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장부열람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조합원들은 조합 측에 2016~2018년 기간의 회계장부 열람 및 등사를 요구했다. 하지만 조합 측은 정관을 근거로 이를 거부했다.
A조합의 정관 제30조에 ‘본 조합법인은 세무조정계산서를 사무소에 비치해 조합원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는 만큼, 조합원들이 세무조정계산서를 제외한 회계장부에 대한 열람·등사를 요구할 권리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조합원들이 소송을 냈다. 1심은 농어업경영체법과 민법 조항에 근거해 원고들의 손을 들어줬다. 먼저 농어업경영체법에선 “영농조합법인 및 영어조합법인에 관해 이 법에서 규정한 사항 외에는 민법 중 조항에 관한 조항을 준용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리고 민법 제710조는 ‘조합원의 업무, 재산상태 검사권’이란 제목으로 “각 조합원은 언제든지 조합의 업무 및 재산상태를 검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는 조합업무가 적당히 집행되고 있는지, 조합재산이 완전한 상태에 있는지를 검사할 수 있는 조합원의 권리”라며 “세무조정계산서만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조합원들의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주식회사의 경우에도 상법에서 소수주주권의 하나로 회계장부 열람권을 규정하고 있다”며 “원고들이 조합 업무를 방해하기 위한 목적과 같은 부당한 목적으로 회계장부 열람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항소심과 대법원도 1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은 “피고의 정관 규정은 조합이 비치·공개해야 할 서류를 정한 것”이라며 “만일 피고가 조합원들에게 세무조정계산서만 공개할 의무가 있다고 해석하다면 조합원들의 업무와 재산상태 검사권이 무의미해진다”고 설명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