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공장 포기할 수도"…르노그룹 왜 최후통첩 날렸나

입력 2021-02-09 11:09   수정 2021-02-09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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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그룹이 르노삼성 부산공장 임직원들에 제조원가가 스페인 공장의 두 배에 달한다고 지적하고 "지켜야 하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새로운 방법을 찾겠다"며 '최후통첩'을 보냈다.

호세 비센트 드 로스 모조스 르노그룹 제조 및 공급 총괄 부회장은 9일 르노삼성 부산공장 임직원에 영상 메시지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대안을 찾겠다"며 이같이 경고했다.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XM3 수출물량을 포함한 한국 내 차량 생산을 중단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모조스 부회장은 르노삼성의 경쟁력이 심각하게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스페인에서 생산되는 캡처와 비교해 부산공장의 공장제조원가는 두 배에 달한다"며 "공장제조원가가 유럽의 두 배이고 여기에 운송비까지 추가되면 한국에서 차량을 생산해 유럽으로 전달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산공장 임직원들도 느낄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조스 부회장은 "지난해 방문 당시 부산공장은 뉴 아르카나(XM3) 유럽 수출물량 확보를 위한 경쟁력 향상을 약속했고, 그 약속을 믿고 최고경영진들을 설득해 유럽 물량을 가져왔지만 약속은 이행되지 않았다"며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뉴 아르카나 유럽 수출이 원활히 이뤄지려면 르노삼성 부산공장이 경쟁력을 향상시키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부산공장이 지켜야 할 약속으로 △품질 △생산비용 △납기 준수 세 가지를 요구했다. 부산공장의 생산 품질은 충분히 만족스럽지만, 생산비용과 납기를 개선하지 않으면 한국 공장을 포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르노삼성에 따르면 부산공장의 공장제조원가 순위는 르노그룹 내 전세계 19개 공장 중 17위로 하위권에 그쳤다. 모조스 부회장은 "부산공장은 거리상 한계로 인해 높은 운송비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부산공장은 스페인 캡처와 동일한 수준의 공장제조원가로 뉴 아르카나를 생산해 유럽에 출시해야 한다. 이는 부산공장이 준수해야 할 책임"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산공장은 안정적인 생산과 납기를 통해 유럽 시장 판매에 지장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뉴 아르카나 출시 직후 파업 등으로 생산차질이 빚어질 경우 신차효과를 누리지 못한 채 시장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르노그룹이 르노삼성에 불신을 품고 신차를 배정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경쟁력 강화를 위한 르노삼성 '서바이벌 플랜'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모조스 부회장은 "우리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했고 여러분은 해결방법을 알고 있다"며 "르노삼성이 진행 중인 서바이벌 플랜은 부산공장의 경쟁력을 높이고 미래를 이어갈 수 있는 방안"이라고 진단했다.

르노그룹은 지난달 수익성 개선을 위한 '르놀루션' 전략을 발표했다. 이 발표에서 한국과 함께 수익성을 개선해야 하는 지역으로 지목된 브라질은 이미 1300여 명을 감원하고 신입사원 임금 20%를 삭감했다. 노동조합과의 임금·단체 협약 주기도 4년으로 연장했다.

그러면서 모조스 부회장은 "가이드라인은 명확하고, 준수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부산공장뿐만 아니라 다른 모두에게도 쉽지 않은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부산공장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약속들을 이행하지 않으면 새로운 방법을 찾겠다"고 경고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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