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값도 비트코인 시세대로 바꿔 받으려고?…쏟아지는 우려

입력 2021-02-09 14:51   수정 2021-03-11 00:32



테슬라가 자산 일부를 비트코인에 투자하고, 차량 대금도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게 한다고 발표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테슬라가 암호화폐(가상화폐)발 리스크를 크게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트코인의 가치 변동성이 큰데다 세계 각국 당국이 규제에 나설 수 있어서다.
지나친 변동성…팔기 전까진 회계상으로는 손실만 잡혀
비트코인은 달러화나 금, 채권 등에 비해 변동성이 훨씬 크다. 테슬라가 대규모 매입을 발표한 8일(현지시간) 하루 동안엔 3만8871.4달러에서 4만6000달러로 값이 18.3% 급등했다. 이같은 특성 때문에 테슬라 재무제표도 불안정성이 매우 커질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 경고다.

팔기 전까진 가치가 얼마나 오르든 회계상 이득도 볼 수 없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미국 회계체계상 장기 무형자산의 일종으로 분류된다. 브랜드, 상표와 같은 분류다. 아예 팔아버리지 않는 한은 회계상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 반면 매입원가보다 가치가 낮아졌을 때는 회계에 반영된다. 팔지 않고 기다리는 동안엔 회계상 가치가 유지되거나, 내려가거나 둘 중 하나라는 얘기다.

차량 대금 결제방법도 까다로울 전망이다. 비트코인은 달러화 가치에 비해 등락폭이 매우 크다. 차량 예약금과 잔금 납부 시점이 다르면 이때마다 내야하는 비트코인 수도 달라질 공산이 크다. 비트코인 가격이 급격히 달라지면 소비자의 변심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일부에선 테슬라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CBDC)와 비트코인을 연동할 수 있다는 구상이 나오지만 당장은 적용할 수 없다. 아직 어느 나라도 CBDC를 발행해 운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달러화, 중국 '디지털위안' 위협…당국 견제 가능성
각국 정부의 규제 가능성도 주요 리스크다. 암호화폐 사용을 주도해 ‘달러 패권’에 도전하면 미국 시장당국의 집중 견제를 받을 수 있다. 현재로선 미국 재무부나 금융기관 수장들도 비트코인에 호의적이지 않은 분위기다.

암호화폐를 적극 도입하기 전에 관련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는게 이들의 중론이다. 재닛 옐런 신임 미 재무부 장관이 대표적이다. 그는 앞서 “암호화폐는 돈세탁과 범죄활동 등에 쓰인다”며 규제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도 앞서 “가상화폐는 투기자산이고, 돈세탁에 쓰인다”고 주장했다.

중국에도 미운털이 박힐 수 있다. 중국은 CBDC로 ‘디지털위안’ 출시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비트코인이 현금 대안으로 떠오르면 위안화 영향력 확장에 그만큼 균열이 생긴다.

중국 당국은 이미 자국 전기차 산업 확대를 지원하는 한편 테슬라 견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9일 중국 국가시장감독총국이 5개 부처와 공동으로 테슬라 경영진을 소환해 ‘예약면담’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기관이 감독대상에 대해 질타하거나 요구 사항을 전달하는 자리다.

신화통신은 “당국이 테슬라에 중국 법규를 엄격히 준수하라고 요구했다”며 “테슬라 전기차의 화재와 급발진, 터치스크린 오작동 등 문제를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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