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겨있는 현관 대신 뒷문으로 건물에 들어가 물품을 배달한 택배기사가 벌금형 선고를 유예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안재천 판사는 9일 건조물침입 혐의로 기소된 택배기사 하모(27) 씨에게 벌금 5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A씨는 지난해 8월 미용실 주인 B씨가 주문한 상품의 배달을 맡았다. 건물 1층에 위치한 B씨의 미용실에 배달하려면 현관 출입문을 통과해야 했지만 출입문은 잠겨있었고 B씨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주위를 살피던 A씨는 미용실 뒷문이 열려 있는 것을 확인하고 내부로 들어가 택배 상자를 두고 나왔다.
이후 B씨가 A씨에게 전화를 걸어와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알려줬지만 A씨는 이미 배달을 완료했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은 채 다시 뒷문으로 택배 상자를 가지고 나와 미용실 정문 앞 복도에 두고 건물을 빠져나왔다.
A씨는 허락 없이 미용실에 침입한 혐의로 약식 기소돼 벌금 20만원을 명령받았다. 하지만 검찰은 "형이 너무 가볍다"며 정식 재판을 청구해 벌금 50만원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이미 택배를 미용실 내부에 두었다고 말하지 않고 마치 현관을 통해 물품을 배송했던 것처럼 외관을 꾸민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도 위법성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다만 A씨에게 범죄 전력이 없고 절취 등 다른 목적을 갖고 미용실에 침입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 형량을 정했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