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값 폭등·배터리 공급난…머스크, 보란 듯 이겨낼까

입력 2021-02-09 17:28   수정 2021-02-10 01:55

테슬라의 향후 명운을 좌우할 내부 요소로는 두 가지가 꼽힌다. 배터리 기술과 배터리에 들어갈 원자재 확보 여력이다.

전기자동차 주행거리와 출력, 가격은 사실상 배터리에 달려 있다. 모두 아직은 기존 내연기관차에 비해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말 “테슬라 배터리 출력은 아직 한계가 크다”고 했다. 테슬라가 승합차, 트럭 등 대형 차종 양산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가격도 문제다. 내연기관차에 대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배터리 원가를 크게 줄여야 한다. 전기차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원가 비중이 30~40%에 달하기 때문이다. 테슬라 전기차의 배터리 가격은 ㎾h당 130달러가량으로 알려졌다. 테슬라는 이를 80달러대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배터리 출력 제고와 가격 인하 모두 현실화하는 게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테슬라는 LG에너지솔루션의 리튬이온배터리, 중국 CATL의 저가형 리튬인산철배터리 등을 공급받고 있다. 여러 기업과 협력해 배터리 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용량, 안전성, 가격 등 세 마리 토끼를 잡는 기술은 찾지 못했다. 머스크는 작년 9월 테슬라 배터리데이 때 “그간 기술 투자 등으로 배터리 가격을 꾸준히 낮춰왔는데 최근엔 발전이 둔화됐다”고 말했다.

원자재 수급 상황도 부담이다. 전기차 배터리에선 니켈 코발트 망간 리튬 등 주요 원자재값 비중이 약 40%에 이른다. 각 원자재는 나날이 가격이 오르고 있다. 니켈은 작년 대비 42.1%, 코발트는 35%가량 가격이 뛰었다.

이들 원자재는 최근 수요가 급증한 5세대(5G) 통신장비에도 들어가 애플, 화웨이 등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도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반면 공급처는 매우 한정적이다. 광산을 찾아 개발하고 시장에 공급하기까지 수년이 걸린다. 늘어난 수요를 공급이 빠르게 따라잡지 못하는 이유다.

테슬라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원자재를 공급하고 배터리를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네바다에 퇴적물 부지를 대규모로 확보해 리튬을 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비싸고 희소한 코발트 대신 니켈을 주로 쓰는 ‘코발트 프리 배터리’도 내놓겠다고 했다. 아직은 계획 단계일 뿐 구체적인 방안은 없다.

전기차 시장에 뛰어드는 기업이 점점 늘어나면서 배터리 확보전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도 위험 요소다. 머스크는 “테슬라가 독자적인 조치를 내놓지 않는 한 2022년부터 배터리 부족 사태를 겪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수년 내에 테슬라가 직접 배터리를 생산하거나 배터리 생산기업을 인수해 수직계열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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