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장관은 이날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제정세의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있어 선제적이고 전략적인 외교가 요구되는 시점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실현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한·미 동맹에 대해 “우리 외교의 근간”이라고 평가했다. 대표적인 ‘미국통’으로 꼽히는 정 장관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일인 지난달 20일 새 외교부 장관에 지명됐다. 이를 두고 외교가에선 미국 새 행정부와의 대북 정책 조율을 위해 이뤄진 장관 교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미 간 조율을 위해 조속한 시일 내로 양국 외교장관 회담을 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정 장관은 이날 취재진의 관련 질문에 “업무가 파악되는 대로 가급적 조기에 회담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미 외교장관 회담이 성사될 경우 미·북 대화의 조속한 재개 필요성을 강조할 전망이다. 정 장관은 지난 5일 인사청문회에서 “새로 출범한 미국 행정부와 조율된 전략을 바탕으로 북·미 대화의 조기 재개를 통한 실질적인 비핵화 진전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 외교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톱다운식 대북정책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온 바이든 행정부가 이에 동조할지는 미지수다. 미국이 이미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국무부는 지난 6일 정 장관이 인사청문회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가 아직 있다고 본다”고 한 발언에 대해 “북한의 불법적 핵·미사일 확산 의지가 국제 평화에 위협이 되고 있다”며 다소 상반된 입장을 밝혔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이에 대해 “특정 언급에 대한 반응이라기보다는 미국이 밝혀온 원칙적인 입장”이라고 말했지만, 외교가 일각에서는 미국이 ‘의지’라는 단어까지 사용한 것을 두고 정 장관의 견해를 반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정 장관은 이날 반중(反中) 전선 ‘쿼드(Quad)’ 참여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어떤 지역협력체와도 적극 협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 장관이 “협력체가 투명하고 개방적·포용적이고 또 국제규범을 준수한다면”이라는 조건을 달았지만 쿼드 참여에 부정적이던 정부의 기존 방침에 비해 유연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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