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다 보면 설명할 수 없는 멍도 생긴다."
학대 끝에 숨진 입양아 정인이 사건 관련 신고를 접수한 경찰관이 오히려 양부모를 두둔하며 보고서에 적은 내용이다.
서울경찰청은 10일 사건을 맡았던 경찰관 5명에게 중징계를 내렸다고 밝혔다.
중징계라고는 했지만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3차 신고때 출동한 경찰들로 아동학대 신고를 받았지만 부실 처리해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경찰청은 "공정한 시각에서 충분한 심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교수·변호사 등 외부 위원을 과반수로 해 징계위를 구성하고 심의했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학대 의심 신고를 세 차례나 받았지만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정인이 사건 당시 총 3번의 학대 의심신고가 있었으나 경찰은 번번히 사건을 종결시켰다.
1차 신고 경찰 보고서에는 "아이를 키우다 보면 설명할 수 없는 멍도 생긴다"며 오히려 양부모를 두둔하는 경찰의 설명이 담겼다.
2차 신고 때는 정인이가 차에 홀로 방치된 걸 목격한 지인이 신고했다.
당연히 사건 당시 CCTV를 확인했다면 정인이가 방치돼 있던 구체적 정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미술학원 원장은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측에 "경찰이 찾아온 것은 한 달이 지난 뒤였다"면서 "그 때 와서 건물 CCTV를 볼 수 있느냐고 물었다"고 전했다.
증거는 남아 있지 않았다.
경찰이 국회에 제출한 서류를 보면 경찰은 사건 발생 장소를 찾는데 14일이나 소요했다.
경찰 측은 "수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사건 발생 장소 등을 알려줘야 하는데 아동보호기관에서 사건 발생정보를 구체적으로 제공하지 않고 신고자 정보를 알려주기를 원치 않았다"고 떠넘겼다.
2차 신고자는 이 내막을 전해듣고 황당해 했다. "발생장소를 구체적으로 전달했고 신고자로 저를 내세우진 말아달라"고 당부했다는 것.
하지만 2차 신고자의 신원을 경찰이 노출했다는 의혹이 담긴 메시지 내용이 이날 공개됐다.
정인이 양모는 자신이 신고당한 것을 알고 지인이었던 2차 신고자에게 "양천경찰서에 지인이 있는데 누가 신고했는지 알려줄 수 있대요"라며 "찾아내서 무고죄로 신고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진 메시지에는 "왜 그랬어요?"라는 원망이 담겼다.
아동학대 사건 수사에서 가장 중요시 되는 신고자의 신원을 경찰이 스스로 유출했다는 의혹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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