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뒤처질라"…'AI 특허' 고삐 죄는 한·중·일

입력 2021-02-13 15:43   수정 2021-02-26 09:11


‘인공지능(AI) 특허’를 둘러싼 각국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이미지 처리, 음성 인식 등 AI 전문기술들이 상업화를 거듭하며 중요성이 커진 결과다. 선두를 점한 미국과 중국의 움직임이 활발한 가운데, 우리 정부도 산업 현장과 연계해 제도를 정비하는 등 응전에 나섰다.

13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특허청은 이르면 이달 말부터 AI를 중심으로 한 신산업분야 특허 심사 현장설명회를 진행한다. 대한변리사회, 한국지식재산협회 등 변리사 단체와 기술 기업들에게 출원을 독려하는 자리다. 이는 지난달 19일 특허청이 발표한 AI, 사물인터넷 등 5대 분야 특허 부여기준 개정에 대한 후속 조치다. 이르면 하반기에는 자율주행차, 지능형 로봇과 관련한 개정안도 내놓을 계획이다.

특허청 내부에서는 이례적 움직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통상 심사 기준 개정은 연구용역을 거친 뒤 간단한 공청회를 개최하는 정도가 일반적이다. “소통이 적다”며 업계의 불평을 듣는 경우도 흔했다. 반면 이번 가이드라인 개정은 지난해 초부터 특허청과 산업계가 IP협의체를 구성해 1년 동안 사례를 연구했다. 특허청 관계자는 “특정 기술 분야에 이 정도 시간과 인력이 투입된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배경에는 AI 특허 경쟁력에 대한 위기감이 자리했다는 평가다. 최근 5년간 국내 AI 특허 출원양은 연평균 55.1% 수준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기준의 모호성 때문에 출원 시도가 좌절되는 사례가 흔해 여전히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AI 특허는 딥러닝의 특수성 때문에 현 법제도상 ‘블랙박스 특허(원리를 완전히 알 수 없는 특허)’취급을 받으며 출원을 거절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는 곧 글로벌 경쟁력 약화의 원인으로 이어졌단 평가다. 실제로 국내 AI 특허 시장은 중국과 미국 등의 출원 건수의 약 20% 선에 머무른다. 이들 정부가 앞서부터 AI 특허 진흥 정책을 활발히 진행해온 탓이다.

중국은 이미 지난 2018년까지의 누적 출원 건수가 8만 건에 육박했다. 미국보다 1만 건 이상 높은 수치다. 중국 정부가 나서서 ‘차세대 AI 발전계획’를 바탕으로 AI 기술표준 확보와 지식재산권 체계 확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AI 공공 특허풀 수립과 기술 특허 확산 촉진이 주요 목표다. 이어진 ‘AI 산업 발전 촉진 3개년 행동계획’에서는 IP서비스 플랫폼 구축과 특허 협업플랫폼이 제시되기도 했다.

이미지 인식, 자연어 처리, 음성 인식 등 주요 핵심분야에서는 미국이 중국을 압도하고 있다. 특허 자체가 지닌 비즈니스 가치는 더 높다는 뜻이다. 운송, 통신, 생명의학 등 8개 주요 산업군별 특허 비중에서도 1위다. 지난 2019년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AI 이니셔티브’행정명령에서 AI 국제 표준화 선도를 명시하고 관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완성도 높은 특허 소송제도도 힘이 됐다. 미국은 디스커버리(증거수집제도) 등 다양한 제도를 구비하고 있다.
고환경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현재 국내 AI 특허 시장은 관련 제도를 구비하고 있는 과도기 형태를 띄고 있다”며 “기술 기업들의 저력이 글로벌 수준 대비 결코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민관이 출원 사례를 쌓고 제도를 개편해나가면 격차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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